(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아버지는 지난주부터 산소호흡기에 의존한 채 중환자 병상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고 대기 중에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증환자이지만 '병상 부족'으로 상급병원으로 이동하지 못해 일주일째 대기 중인 박모씨(51)의 딸 박민경씨(21)의 말이다.
박씨의 아버지는 백신 미접종자로 지난 15일 확진판정을 받고 생활치료센터에서 지내다가 지난 17일 건강상태가 악화돼 서울시립서북병원에 이송돼 있다. 그러나 7일이 지난 현재까지 병실이 없어 중환자실과 에크모 등 장비가 있는 상급종합병원으로 이동하지 못하고 대기 중이다.
그 사이 박씨 아버지의 상태는 자가호흡이 불가능하고, 대소변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상태가 악화됐다. 상급병원으로 옮겨달라고 병원 측에 수없이 문의해봤으나, 답변은 "기다려라"는 말밖에 듣지 못했다.
박씨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아버지는) 의식은 있지만 자가호흡이 불가능하고, 대화도 하지 못해 문자로만 가족들과 소통하고 있는 중"이라며 "매일 아침마다 의료진과 통화는 하지만 상태가 호전되지는 않는다고 한다"고 호소했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5시 기준, 전국에 확보된 중증환자 병상은 1337개이며, 그중 1058개가 가동 중이다. 가동률은 79.1%로 현재 279개의 병상이 남았다.
수도권에서 하루 이상 병원 입원 대기자는 243명, 생활치료 입소 대기자는 124명으로 전체 병상 대기자는 367명이다. 이날 0시 기준, 재원중인 위중증환자는 1083명으로 또다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박씨는 "저와 엄마는 아무것도 못하고 지금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고 결국 건강하던 아빠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제대로 된 검사나 치료도 못 받고 오로지 혼자서 외롭게 사투를 벌이고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나 원통하고 미안하고 가슴이 찢어진다"라고 울먹였다.
박씨는 '너보다 힘든 환자도 많다'라는 말과 욕을 듣더라도 아버지를 위해서라면 어떠한 일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씨는 "병원의 탓도, 의료진의 탓도 누굴 탓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그냥 지금의 상황이 너무 원통하고 원망스럽습니다. 국가가 힘을 집중하면 이정도는 할 수 있지 않나"라고 안타까워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