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새우꺾기'당한 외국인, 왜 그랬는지 알아보니...

보호소 "자해를 해서..."

2021.09.29 09:09  
[파이낸셜뉴스]
외국인보호소에 수용된 외국인이 손목과 두 발을 뒤로 묶어 포박한 뒤 새우등처럼 몸을 꺾게 하는 이른바 '새우꺾기' 자세를 비롯한 가혹행위를 당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보호소 측은 당시 해당 외국인이 난동을 피우고 자해를 해 불가피한 조처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28일 한겨레와 MBC 등에 따르면 모로코 국적의 30대 A씨 측은 지난 6월 화성외국인보호소에 수용 중 직원들로부터 가혹행위를 당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외국인보호소는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외국인들이 체류하는 곳으로, 본국에 송환되기 전까지 국내에서 임시로 머무르는 시설이다.

난민신청을 위해 한국에 온 A씨는 체류 기간을 연장하지 못해 지난 3월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뒤 경기도 화성시 화성외국인보호소에 수용됐다.

A씨는 보호소 생활 중 병원진료를 요구하거나 보호소의 열악한 처우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직원과 잦은 마찰을 빚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 후 A씨는 '특별계호실'에 구금돼 직원들로부터 사지를 결박당하는 등 인권침해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A씨의 대리인단이 확보한 6월 8일과 10일 특별계호실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을 보면, 보호소 공무원들은 A씨에게 헬멧 형태의 머리보호대와 뒷수갑을 채운 뒤 두 발과 손을 등 뒤로 포갠 채 포승줄로 묶어 특별계호실에 격리했다.

A씨는 6월3일부터 12일까지 10일간 2.8평 남짓한 특별계호실에 수용됐던 항의의 방식으로 보호실 장판을 뜯거나 창문을 깬 파편으로 자해를 시도했고, 그때마다 돌아오는 것은 수갑과 포승줄을 이용한 결박이었다고 주장한다.

영상 속에서는 자해를 막기 위해 씌운 머리보호대에는 박스테이프와 케이블 타이를 둘러 머리와 보호대가 고정되도록 압박한 흔적도 보였다.

A씨의 대리인은 "입소 후 초기 3개월 중 모두 합해 30일을 계호실에서 지냈다. 또 인권위 결정에도 불구하고 발목수갑 대신 포승줄을 사용한 징벌을 지속해왔다"며 "일반 교도소나 구치소에서는 할 수 없는 강제력 행사가 외국인보호소에서는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호소 측은 새우꺾기 처분이 '불가피한 조처'라고 밝혔다.

길강묵 화성외국인보호소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A씨는 경미한 우울증 증상을 보이며 보호실에서도 자주 난동을 부려 격리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며 "자해하는 외국인을 구해낸 것을 고문이라고 볼 순 없다"고 밝혔다.

화성외국인보호소는 지난 2019년 4월에도 당시 수용됐던 외국인에게 손·발목수갑을 모두 채운 뒤 새우꺾기 자세를 취하게 해 인권위 조사를 받았다.

인권위는 지난해 4월 보호소 공무원들의 이같은 행위가 '고문, 기타의 잔인하고 비인도적인 행위, 또는 처벌을 금지하는 조약(유엔 고문방지협약)' 16조가 금지하는 '비인도적인 또는 굴욕적인 대우'로 볼 수 있다며 보호장비 사용 시 법령에 근거하지 않은 방식으로 장구를 이용하지 않도록 권고한 바 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수습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