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최현만 기자,온다예 기자 = 연인 관계로 지낸 여성을 살해한 후 계좌에서 수천만원을 빼낸 30대 남성이 2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박연욱 김규동 이희준)는 강도살인, 사기,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횡령 등으로 기소된 강모씨(38)에게 징역 22년을 선고했다.
강씨는 1심에서 각각 살인 등 혐의로 징역 20년, 횡령 혐의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다. 2심에서 두 사건이 병합 심리되면서 이날 선고가 함께 이뤄졌다.
재판부는 "살인죄는 어떠한 이유로도 합리화하거나 용납할 수 없는 반인륜 범죄"라며 "강씨는 살인 후 시신을 자신의 집 베란다에 방치한 채 태연하게 성매매를 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피해자인 것처럼 문자를 보내거나 피해자가 극단선택한 것처럼 위장하려 하는 등 은폐도 시도했다"며 "피해자의 유족과 지인들은 엄벌을 탄원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횡령 혐의를 두고는 "피해 규모, 수법, 횟수 등에 비춰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피해 회사와 합의하지 못했고 피해 회복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강씨는 지난해 11월 사실상 연인관계로 지내던 A씨로부터 비난하는 말을 듣자 격분해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강씨는 2017년 5월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던 A씨를 알게 돼 교제하면서 자신의 작은아버지를 통해 금전적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처럼 속였다.
하지만 강씨는 A씨가 자신의 말이 거짓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는 업소 다니는 여자고 너는 빚만 있는 남자인데 코로나 때문에 둘 다 일을 못하는 처지에 네 뒷바라지를 해야겠냐"고 말하자 화가 나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강씨는 경찰에 체포될 때까지 18일동안 A씨의 시신을 방치했으며 경찰에는 자신이 A씨인 것처럼 문자를 보내 수사를 방해했다.
아울러 강씨는 사망한 A씨의 휴대전화와 현금, 통장, 신분증, 체크카드 등을 빼앗아 약 4000만원의 돈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도 있다.
또 청소업체 대리점에서 근무하면서 1년2개월 동안 87회에 걸쳐 용역을 의뢰한 회사의 음식물 처리기를 임의 처분해 50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는다.
앞서 검찰은 강씨가 재물을 빼앗으려는 의도로 피해자를 살해한 것으로 보이는데도 강도살인죄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1심 판결에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도 원심과 마찬가지로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채무 변제의 목적으로 살인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강도살인죄가 아닌 살인죄 및 절도죄 혐의를 적용했다.
재판부는 "강씨는 검찰 조사를 받을 때 계획 살해가 아니었으며 살해 후 피해자의 돈으로 금전 문제 처리를 생각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