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연인이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를 폭행하도록 지시해 결국 아이를 숨지게 한 30대 남성이 대법원 판결로 2심 재판을 다시 받게 됐다.
대법원은 남성이 아이의 친부는 아니라도 친모의 학대 행위에 가담했으므로 아동학대처벌법을 적용해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16일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아동학대치사)등 혐의로 기소된 A씨(39)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9년 1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동거하던 연인 B씨가 데려 온 C군(당시 8세)을 집에 설치된 IP카메라로 감시하면서 B씨에게 빨래방망이와 손 등으로 수시로 폭행할 것을 지시했다.
A씨는 체벌 과정을 IP카메라로 지켜보고 "때리는 척만 하지 말라"며 B씨를 감시했으며 "더 세게 때려라. 아주 죽여 놔라"라고 말하는 등 강도 높은 학대와 폭행을 종용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와 B씨는 지속적인 폭행으로 C군이 밥도 먹지 못하고 부축 없이 걷지도 못하는 상태가 됐음에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고 C군은 결국 2020년 3월 외상성 쇼크로 숨졌다.
이들은 또 C군의 동생도 상습 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1심은 A씨에게 "친모에게 학대를 지시하거나 종용해 B씨가 아이들을 학대했으므로 죄책은 오히려 B씨보다 중한 면이 있다"며 "그러나 A씨는 B씨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를 보이며 반성하고 있지 않다"면서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친모 B씨에 대해서는 "피해 아동들이 학대 범행으로 받았을 육체적 고통은 물론이고 친어머니인 B씨에 대한 배신감과 그로 인한 정신적 고통 또한 말할 수 없이 컸을 것"이라며 "다만 범행을 반성하고 홀로 양육하다 연인관계가 된 B씨의 지시나 종용에 의해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점을 고려했다"며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친모인 B씨의 책임이 더 무겁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A씨의 지시와 종용에 의해 B씨의 아동학대행위가 시작되고 강화된 측면이 있더라도 아동학대행위는 주로 친모인 B씨의 직접적이고 실제적인 신체적 폭력행위에 의해 이뤄졌다"면서 "누구보다 우선적으로 아이들을 보호할 권한과 책무가 있는 B씨의 책임보다 A씨의 책임이 더 무겁다고 볼 수는 없다"며 A씨의 형을 징역 10년으로 감형했다.
2심 재판부는 아동학대처벌법은 '보호자'가 아동을 학대해 상해를 입혀 사망에 이르게 했을때 처벌하는 규정이라면서 A씨에게 아동학대처벌법을 적용하지 않고 형이 더 가벼운 형법상 상해치사죄를 적용했다.
B씨에 대해서는 1심의 형량을 그대로 유지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르게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는 아동학대처벌법상 아동학대치사죄를 저지른 B씨와 공범관계"라며 "신분관계로 인해 성립되는 범죄에 가담한 경우 공범으로 처벌하도록 정한 형법 33조에 따라 A씨에게도 B씨와 같은 아동학대처벌법을 적용해야 한다"며 원심 판결 중 A씨에 대한 부분을 2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친모 B씨에게는 징역 15년이 확정됐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