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스1) 고귀한 기자 = 이혼 소송 중인 아내의 차를 자신의 차로 정면충돌해 아내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가 항소심에서 감형됐다.
광주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이승철)는 12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씨(52)의 항소심 재판에서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A씨는 '사실 오인' 이유로 항소했다. 그는 아내 B씨(47·여)에 대한 살인에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 들이지 않았다. 여러 정황을 미뤄, 원심이 판단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를 유지했다.
다만 '형이 무거워 부당하다'는 피고인의 항소는 일부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혼을 원하는 피해자가 자신을 피하자, 격앙된 상태에서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등 죄질이 매우 나쁘고 비난 가능성도 크다"면서도 "첫째 아이가 지적장애로 피고인의 보호가 필요해 보이는 점, 가족 중 일부가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A씨는 지난해 5월19일 오후 6시10분쯤 전남 해남군 마산면의 한 편도 1차로 도로에서 자신이 몰던 쏘렌토 차량으로 아내 B씨가 몰던 모닝 차량을 정면충돌해 숨지게 한 혐의다.
또 B씨 차량을 뒤따르던 쏘나타 운전자와 동승자에게 전치 12주의 부상을 입힌 혐의도 받았다.
사건 발생 당시 A씨는 B씨와 이혼 소송 중이었다.
A씨는 '밥을 차려주지 않는다', '잠자리를 거부한다' 등 이유로 B씨를 상습 폭행하고, 흉기로 협박을 가해 법원으로부터 B씨에 대한 접근 금지 명령도 받은 상태였다.
A씨는 B씨를 살해하기 3일 전인 16일부터 접근 금지 기간 중임에도 불구하고 여러차례 B씨에게 접근해 경찰에 신고되기도 했다.
A씨는 살인 직전에도 B씨의 집을 찾았다가 만나지 못하고 발길을 돌린 직후 도로 위에서 우연히 B씨의 차량을 마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에 넘겨진 A씨는 B씨에 대한 폭행과 협박 등 범행에 대해선 시인했으나, B씨를 사망케 한 살인 및 교통방해치상 혐의에 대해선 줄곧 혐의를 부인했다.
A씨는 "(자신의)집으로 가던 중 B씨의 차량을 우연히 발견했고, 잠시 이야기를 하기 위해 차를 멈춘 것 뿐"이라는 주장을 폈다.
또 "차를 막으면 B씨가 당연히 피할 줄 알았다"고 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A씨와 숨진 B씨의 관계, 좁은 직선 도로에서 과속해 정면충돌한 정황 등을 토대로 A씨에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했다.
특히 1심은 A씨가 제한속도가 시속 50㎞인 편도 1차로 도로에서 B씨의 차량과 충돌 직전 시속 121km로 가속한 점 등을 살인죄의 근거로 들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접근 금지 명령 중에도 피해자에 지속적으로 접근하고 피해자가 사망할 당시에도 피고인의 핸들 각도와 당시 속도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이 차량 충돌로 인해 피해자가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