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뉴스1) 최대호 기자 = 외도를 의심받던 아내가 다툰 후 집을 나가면서 돌이 지난 아들을 홀로 떠맡게된 A씨(27).
그는 아버지가 될 자격이 없었던 것이었을까.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 양육스트레스 등으로 신변을 비관하던 A씨는 원룸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고, 결국 죄없는 아들만 하늘나라로 떠나 보냈다.
그는 아들을 살해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고 '확정적 고의'냐 '미필적 고의'냐를 두고 법정공방을 벌이다 최근 항소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경기 시흥시에서 발생한 'XX탄 살인사건'이다.
이야기는 지난해 1월로 거슬러 간다.
A씨는 당시 아내의 외도를 의심했고, 이 때문에 크게 다툰 아내가 떠나면서 7평 원룸에서 홀로 B군 양육을 시작했다.
자신의 부모에게 B군 양육을 부탁했지만 거절당하자 신변 비관을 시작했다.
그무렵 이복형으로부터 "네 아들이 아닐지 모른다"는 말을 듣고는 실제 친자 여부에 대한 의구심을 갖는 등 B군에 대한 미움을 키웠다.
B군을 양육할 마음이 없었던 그는 분유도 제대로 먹이지 않았고, 어느날에는 괜한 미움에 B군의 머리를 발로 두 차례 밟아 학대하기도 했다.
신세 한탄은 늘어만 갔고, A씨는 결국 삶을 포기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B군을 맡아 홀로 양육을 시작한지 한달쯤 될 무렵이었다.
극단선택 결심 후 'B군의 몸 상태가 심상치 않으니 병원에 가보라'는 어린이집 관계자의 말도 무시한 채 밤새 외출해 술만 마셔댔다.
2020년 2월1일 집근처 마트에서 극단선택을 위한 재료를 구매한 뒤, 아내와 이복형에게 극단선택을 암시하는 예약 문자를 보냈다.
이틀 뒤인 2월3일 오전 4시. 그는 원룸 화장실에서 극단선택용 재료를 피웠다. 지난 사흘간 분유 1차례 외에 아무것도 먹이지 않아 탈수 증상을 보이던 B군을 다용도실에 방치한 채였다.
A씨는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화장실 밖으로 나왔고, 연기는 열려 있던 화장실 문을 통해 B군이 있는 다용도실로 스며들었다.
굶주림에 탈수 증상이 있던 B군은 두 시간만에 숨진 것으로 추정됐다. 사인은 일산화탄소 중독. 부검 결과 B군 신체 내 일산화탄소 농도는 72%에 달했다.
화장실을 빠져 나온 A씨는 B군의 죽음도 모른채 방에 쓰러졌다.
A씨와 B군은 극단선택 암시 예약 문자를 받은 이복형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 의해 발견됐다.
A씨는 당시 의식을 잃기는 했으나 생명에 지장을 받을 만큼 치명적인 몸상태는 아니었다.
건강상태를 회복한 A씨는 살인죄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B군의 사망을 예견하고도 극단선택용 재료를 피운 것으로 보고 살인에 '확정적 고의'가 있었다며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특히 A씨가 극단선택 시도 직전까지 온라인 게임을 하고, 성인사이트를 검색하는 등의 철없는 행동을 두고 극단선택을 마음먹은 사람의 일반적인 행동으로 여기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는 극단선택 '실패'가 아닌 극단선택을 '중단'으로 보이기에 동반자살이라는 용어는 이 사건에 합당하지 않다"며 "B군의 사망은 확실하게 예견된 것으로 '미필 적고의가 아닌 확정적 고의'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수일 전부터 극단선택을 결심한 것으로 보이는 점, B군을 화장실과 가장 거리가 먼 다용도실에 두는 등 최소한의 보호조치를 한 점, 예약문자로 B군이 발견될 수 있도록 한 점 등에서 살인의 '미필적 고의'만을 인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달 초 선고 공판에서 "확정적 고의를 인정한 원심 판단에는 법리오해 및 사실오인의 잘못이 있다"며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