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뉴스1) 이정민 기자 = “또 다른 n번방 사건 아닙니까? 피해 학생만 80명이 넘는다고 하는데…”
전북 남원시내가 발칵 뒤집혔다.
지역 중학생 10여명이 또래 여학생의 신체를 몰래 찍어 스마트폰 단체대화방에 공유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피해 학생 수만 수십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1일 남원 모 중학교와 학부모 등에 따르면 학부모 A씨는 지난 15일 3학년 된 아들이 다니는 해당 중학교를 찾았다. 1년에 1~2차례 있는 참여수업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A씨가 바라본 교실 안 풍경은 평소와 달랐다. 교실 안 군데군데 빈자리가 눈에 띄었다. 몇몇 남·여학생이 등교를 하지 않은 것이다. 코로나19 접촉자나 확진자도 아니었다. 평소 참석하던 학부모들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를 수소문하던 A씨는 다른 학부모들에게 자초지종을 듣고는 두 귀를 의심해야 했다. 재학생들이 대거 성범죄에 연루됐다는 것이다.
가해 학생들은 주로 여학생의 치마 속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몰래 촬영했다. 그러고는 이들이 모여 있는 휴대전화 단체대화방에 사진을 공유했다고 한다.
이 중에는 술 취한 여학생을 대상으로 강제추행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도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범행을 위해 여학생들을 불러낸 뒤 술을 먹여 취하게 만들었다는 말까지 떠돌고 있다고 A씨는 설명했다.
가해 학생들은 또 여학우나 여교사에 대한 외모 평가와 이들을 대상으로 한 성적 희화화, 음담패설 등 내용도 주고받은 것으로도 전해진다.
가해 학생들에게 당한 여학생들은 피해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이 사건은 뒤늦게 자신의 신체 사진이 떠돌고 있다는 이야기를 접한 피해 학생 측이 경찰에 알리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A씨는 “학교 측에서는 피해 학생들에게 당분간 등교하지 말라고 조치했다더라”며 “아들이 재학 중인 학교를 포함해 남원의 5개 중학교에서 피해 여학생만 80여명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좁은 지역에서 정말 충격적인 일이다. 제2 n번방 사건과 다름 없다”며 “가해 학생들을 엄벌해야 한다”고 분개했다.
이에 발맞춰 경찰에서도 정식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가해자로 추정되는 학생들로부터 휴대전화를 모두 제출받아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사건이 해당 경찰서에서 경찰청으로 이관되는 단계여서 자세한 내용은 파악되지 않았다”며 “피의자 입건 여부나 피해자 수는 포렌식 결과가 나와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