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개 2마리·주인에 고개숙여 사과한 80대 공공근로 할머니

시 관계자의 말이 더 황당하네요...

2021.06.03 10:57  
'입마개 왜 안 했냐, 사람이 앉는 벤치에 왜 개가 앉았느냐. 닦아달라'고 80대 할머니가 지적하자 시에 민원을 제기해 사과를 받아낸 견주와 그 개들. 사진 좌측은 시바견, 우측은 아키다견 추정. (사진=양주시민 제공) © 뉴스1


지난 2일 오전 10시께 경기 양주시 옥정호수공원 일대에서 환경정화 활동을 펼치는 어르신들. 이들은 "큰 개를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입마개를 부탁하면 오히려 화를 내는 견주가 있다"고 호소했다. © 뉴스1 이상휼 기자


양주시 옥정호수공원 일대에 붙은 '펫티켓' 당부 현수막 © 뉴스1 이상휼 기자

(양주=뉴스1) 이상휼 기자 = 경기 양주시 옥정호수공원에서 입마개를 안 씌운 대형견 두 마리가 벤치를 더럽히자 공원 환경지킴이로 일을 하던 80대 할머니가 견주에게 이를 지적했다.

그러자 견주는 시청에 민원을 제기해 '노인교육 똑바로 시키라'고 요구했고, 시와 노인담당기관은 며칠 후 노인을 해당 공원으로 데려가 개들이 짖는 앞에서 견주에게 사과했다.

이 일대 환경정화와 안전유지 등 노인일자리 사업 지원으로 일하는 노인들은 이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3일 주민들과 시 등에 따르면, 지난 주말께 오전 옥정호수공원의 한 벤치(긴 걸상)에 50대로 추정되는 견주 A씨와 일본 토착견인 '시바견'과 '아키다견'이 앉아 있었다.

이 일대 환경정화 등을 담당하는 B씨(80대)가 견주에게 '개의 입마개를 왜 안 했느냐', '벤치는 사람이 앉는 곳인데 (비가 내린 터라) 개들의 발에 진흙이 묻었으니 잘 닦아달라'고 요청했다.

B씨를 비롯한 노인들은 한달에 27만원의 수당을 받고 이 일대 환경보호와 질서유지 등을 담당한다.

B씨는 어깨에 '환경지킴이봉사단'이라는 글씨 등이 적힌 띠를 둘렀으며, 이를 본 A씨는 양주시청에 정식으로 민원을 제기했다.

A씨는 '노인들 교육을 똑바로 시켜라', '노인들의 근무태도가 좋지 않다', '노인들이 잡담한다'는 등의 지적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서 그친 게 아니라 A씨는 "우리 개들한테 지적한 그 노인으로부터 사과를 받아야겠다. 그 장소로 다시 데려와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시는 노인봉사단을 관리하는 위탁기관에 '민원을 처리해야 하니 사과하라'고 권했고, 결국 B씨는 다시 옥정호수공원 벤치로 나가 A씨에게 사과해야했다.

B씨가 사과할 당시 입마개를 하지 않았던 시바견과 아키다견은 맹렬하게 짖어댔다고 한다.

주위에서 이를 목격한 주민들은 "할머니가 개들한테 사과하는 이상한 광경이었다. 너무나 안타까웠다"고 전했다.

이런 일이 있은 며칠 뒤 같은 공원에서 환경지킴이봉사단 소속 할아버지들이 A씨에게 '개똥을 제대로 치워달라'고 요청했다가 A씨의 남편 C씨로부터 '노인들 교육 잘 시켜라'면서 항의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참다못한 노인들은 역으로 시에 민원을 냈다. 시에 따르면 지난 2일 한 어르신이 "공원에서 입마개를 안 하고 개똥도 제대로 안 치우고 사람들이 앉는 벤치에 큰 개를 앉히는 견주가 있어 지적했더니 적반하장으로 화를 냈다. 견주가 큰 개들의 힘을 감당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민원전화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시바견과 아키다견은 입마개 견종은 아니다. 다만 펫티켓을 준수해달라고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A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그가 반려견과 자주 산책을 나온다는 공원에 수차례 방문하고, 피해자 등 공원 근무자들에게도 A를 만나면 기자에게 연락해달라고 부탁해 뒀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