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 = "같은 죽음. 다른 관심. 300㎏ 쇳덩이에 깔려, 눈 감지 못한 청년 노동자."
한진중공업 해고 노동자로 유명한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이런 글을 올렸다. 한강에서 숨진 채 발견된 손정민씨의 사례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는 반면 평택항에서 일하다 숨진 고(故) 이선호씨(23)의 죽음은 좀처럼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위원은 "한 청년은 한강에서, 한 청년은 휴학하고 평택항에서 일하다 컨테이너에 깔려 숨졌다"며 "죽음마저 외면당한 서럽고 비참한 최후. 노동자의 죽음은 너무 흔하게 널려서일까"라는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9일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평택안성지역노동조합에 따르면 이씨는 4월22일 평택항에서 300㎏에 달하는 컨테이너의 날개가 덮치면서 숨졌다. 사인은 외부 압력에 의한 두부 및 늑골 다발성 골절에 의한 뇌기종 및 혈흉으로 나타났다.
이씨는 평택항에서 세관 검수 업무를 담당하는 하청업체 일용직 노동자이나 사망 당일 원청의 지시로 컨테이너 관련 업무를 돕다가 참변을 당했다. 그는 군 제대 후 복학을 앞두고 학비라도 벌어보려던 평범한 대학생이자 20대 청년이었다.
매년 많은 청년 노동자들이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지만 차가운 외면 속에서 잊혀 간다. 지난해 산업재해 사망자는 2062명이다. 그중 사고 사망자는 882명이고 나머지는 질병으로 숨졌다. 지난해 18~29세 청년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는 42명이었다. 산업재해를 인정받지 못한 경우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2018년 충남 태안발전소에서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김용균씨(당시 24살), 2016년 서울 지하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수리 작업을 하다 열차에 치여 숨진 김모군(당시 19살) 모두 청년이자 위험하고 험한 일을 하청받은 하청 노동자였다. 이들의 죽음 이후로도 비슷한 사망 사고가 있었지만 대부분은 이름 석 자도 알려지지 않았다.
이씨의 친구 배모씨는 기자회견에서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사실 저는 평소에 TV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오는 사고들을 봐도 무심히 지나쳤다. 그저 남의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제 친구의 이야기였고 우리들의 이야기였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의 말대로 한강의 손씨와 평택항의 이씨의 죽음에 대한 대중의 태도는 매우 달랐다.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최다 검색량을 100으로 봤을 때 '손정민'(한강대학생, 한강대학생실종, 실종대학생, 한강대학생사망 포함)의 검색량은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시신이 발견된 지난달 30일에는 검색량이 최다 수준인 100까지 치솟기도 했다.
반면 '이선호'(평택항사망, 평택한컨테이너사망, 300kg사망, 평택항일용직사망 포함)은 검색량이 내내 0을 유지하다 이달 7일 간신히 1을 기록한 뒤, 0으로 다시 내려왔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그나마 김용균씨 등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세상에 이런 산재 사망 사고가 있었다는 사실도 알려지지 않는다"면서 "일상다반사처럼 일어나는 산재 사망사고에 사람들이 무뎌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산재 사망 사고에 대해 언론과 대중이 관심을 가져준다면 문제의 구조를 바꾸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언론도 사실 자체를 다루기보다는 산재 사망 사고가 반복되는 구조 대한 분석을 담아 달라"고 당부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