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전 주한 벨기에 대사관은 홈페이지 및 공식 페이스북에 ‘벨기에 대사(피터 레스쿠이에) 부인 사건 관련 보도자료’를 내고 한껏 고개를 숙였다. 사과문에는 “지난 4월 9일 벌어진 대사 부인 관련 사건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그의 부인을 대신에 피해자에게 사과드린다”라고 적었다.
하지만 해당 문장의 영어 원본에서는 ‘피해자에게’라는 표현을 찾아볼 수 없다. ‘want to apologize on her behalf’라고만 적혀있을 뿐이다.
이어 대사관은 “대사는 부인이 입원하던 당일 이번 사건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임을 경찰로부터 전달 받았다”며 “조사가 진행 중이라 대사는 이번 사건에 대해 코멘트나 인터뷰를 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입장을 냈다.
또 대사관은 “대사는 그의 부인이 가능한 빨리 경찰 조사를 받을 것임을 확인한다”면서도 “그녀는 지난주부터 지금까지 뇌졸중으로 입원 치료 중이며, 현재 경찰 조사에 임할 수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사과문의 어투도 도마에 올랐다. 모두 번역체인 것이다. 통상 사과문에 쓰이는 경어체 대신 ‘반말’을 사용했다. 문제는 이번 사과 직전 올렸던 게시물들은 대개 경어체를 쓰였다는 점이다.
불과 이틀 전인 20일 같은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벨기에 작가 페요의 만화 ‘스머프’를 소개하면서 친근한 경어체로 구성된 글이 올라와있다. 대사관 측은 영문과 함께 한국어로 “여러분들은 스머프에 대한 어린 시절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나요? 숲 속 마을의 버섯 모양 집에 사는 이 파란 작은 생명체는 벨기에의 만화가 페요에 의하여 1958년 탄생하였답니다”라고 소개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용서를 구하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시기’와 ‘형식’이다. 사과문은 둘 다 놓쳤다”, “번역기 돌린 거냐”, “부인이나 대사나 하는 행동이 똑같다”고 분개했다.
정부가 보다 강경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는 요구도 빗발쳤다. “외교부 적극적으로 나서 해결해라”, “대한민국 국민이 대한민국에서 맞았는데 가만히 있을 거냐”, “이 정도면 추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울분이 주를 이뤘다.
대사 부인 A씨는 지난 9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한 의류 매장에서 직원을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용산경찰서는 A씨를 폭행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하지만 ‘외교관계에 관한 빈 협약’에 따라 우리나라에 파견된 외교사절과 그 가족은 면책특권 대상인 탓에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