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윤석열 대통령 가능성? "박정희 등 쿠데타 아니고서야.." 분석

음...

2021.03.10 14:40  
사의를 표명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를 나서며 직원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1.3.4/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해 10월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현 법무부 장관)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0.10.22/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대선 후보 적합도 1위로 올라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7년여간의 검사 경험을 향후 대선 판도에서 어떻게 풀어낼지 관심이 쏠린다.

10일 정치권은 정통 검사 출신이란 점이 윤 전 총장의 대권 행보에 장애물일 수 있지만 장점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대선 국면에서 국민들의 마음을 담은 시대정신이 무엇이냐에 달렸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후 역대 대통령 중 검사 출신은 없다. 변호사 출신으로는 문재인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있는데, 노 전 대통령은 사법시험 합격 후 짧은 기간 판사 생활을 한 바 있다.

대선 후보로 범위를 넓히면 검사 출신은 지난 대선에 출마한 홍준표 무소속 의원 정도다.

윤 전 총장이 대권을 거머쥔다면 첫 검사 출신 대통령이란 기록을 남길 수 있는 셈이다. 관심은 수사, 그것도 권력형 비리라는 특수수사에 특화된 윤 전 총장의 검사 경험이 내년 대선까지 1년여간 어떤 장단점으로 드러날지다.

최근 불거진 LH 땅 투기 사태로 공정과 정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윤 전 총장의 메시지와 맞아떨어지는 면이 있다. 그러나 범죄 수사와 처벌의 시간이 지나고 대안 마련과 제도 정비가 과제로 등장하면 행정경험이 없는 부분이 약점으로 드러날 수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에서는 지난 대선에서 반짝스타였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을 거론하며 윤 전 총장의 높은 지지율을 '일시적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정치 신인이 그것도 기성정당이 아닌 제3지대에서 대선후보로 성공한 사례는 없다. 특히 국회의원을 하지 않고 대선에 곧바로 당선된 경우는 박정희, 최규하, 전두환 전 대통령 등 쿠데타 과정에서 집권한 경우 뿐이다.

하지만 정치 신인으로서 윤 전 총장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반대 해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과거 검사를 포함 정통 관료 출신의 정치 입직 경로는 김대중·김영삼·김종필 이른바 '3김'의 발탁을 통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 경로는 큰 어려움없이 정치 경력을 쌓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장점이나 대선 같은 큰판에서 상대방의 집중 공세에 맞서 자기 정치를 할 경우 내공이 부족한 단점을 드러냈다.

반 전 총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외교부 장관으로 발탁돼 유엔사무총장까지 올라섰다. 이 경력이 지난 대선에서 유력 후보가 없던 야권의 대선 출마 요구로 이어졌다. 그러나 그는 대선출마 약 3주만에 중도 사퇴했다. 각종 공세를 수반하는 현실 정치의 높은 벽을 뛰어넘을 수 없었던 탓이 컸다.

윤 전 총장은 문 대통령의 발탁으로 검찰 최고 요직인 서울중앙지검장에 이어 검찰총장을 지냈다는 점에서 반 전 총장과 유사하나, 끊임없이 정권과 각을 세우다 직을 던졌다는 점에서 그 차이가 있다. '법치'를 신념으로 살아있는 권력에 저항하다 국민적 지지를 얻었다는 점에서 반 전 총장과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의 유일한 검사 경력이 대선까지 남은 1년간 유의미한 작용을 일으킬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검사'보다 '인간' 윤석열을 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측근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보스' 기질이 강하나 밑에 사람을 신뢰하고 일을 맡기는 경향이라고 한다. 지시한 일을 보고받으면 크게 어긋나지 않는 한 아랫사람의 결과 보고를 믿고 일을 맡긴다는 것이다.

다양한 사람의 의견을 수용하는 점도 일방통행식 '보스'와의 차이점이라고 그는 전했다. 이런 경향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사람과 친분을 쌓는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실제 그는 법조인뿐만 아니라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와 정동영 전 의원 등 '반문' 인사들과 언론인, 정치인 상당수와 가까운 사이라고 알려져 있다.

여야와 거리를 두면서 자연스럽게 '제3지대'에 둥지를 틀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 중 하나로 윤 전 총장의 이런 다양한 인맥이 거론된다.

특수통이지만 검사가 갖는 강한 이미지를 윤 전 총장에게 대입하기에는 무리라는 의견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은 사투리를 쓰지 않고 인상이 험하지도 않다"며 "지난 국감 때 여당 의원들과 설전을 할 때도 무섭다는 이미지를 받은 사람은 없다"고 했다.

다만 "앞으로 공개 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낼 텐데 이때 어떤 이미지로 대중에게 다가설지는 고민이 필요하다"며 "정치인으로서 이미지는 만들어지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정무적 감각도 있다는 평가다. 한 정치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검찰총장 사퇴 후 처음 낸 메시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와 관련된 것이었다"며 "이는 검경수사권 조정과도 연결되는 등 법치를 강조하는 전직 검찰총장으로서 제 때 적절한 메시지를 낸 것이다. 과거 발언과 사퇴 후 낸 첫 메시지 등을 고려할 때 윤 전 총장의 정무적 감각은 상당히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치적 경험 없이 바로 대선으로 직행하는 것이 단점으로 작용할 것이란 의견이 있다. 4·7 재보궐선거 후 일어날 정계개편에서 확실한 주도권을 잡지 못한다면 현재로서 유력한 제3지대에서 자기세력화에 나서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초선 의원은 "공무원을 하다 바로 정치인으로 뛰어들면 많은 사람에게서 다양한 의견을 전달받으면서 정말 정신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지지율이 높은 유력주자가 대선 도전을 선언하면 모르던 사람도 연락이 와 이런저런 말을 할 텐데 이를 어떻게 잘 걸러내고 판단해 행동하느냐에 따라 지지율이 더 오를 수도, 내려갈 수도 있다"고 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