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158cm 여성 모습이 그대로..리얼돌이 온다

관세청은 불복 항소

2021.02.21 16:01  
여성의 몸을 본뜬 전신인형 일명 '리얼돌'의 수입을 막은 조치는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에 대해 관세청이 항소하는 등 규제 입장을 고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리얼돌 수입업체 물류창고에 키158cm의 리얼돌이 전시돼 있는 모습. 유승관 기자© 뉴스1

(대전ㆍ충남=뉴스1) 박찬수 기자 = 여성의 몸을 본뜬 전신인형 일명 '리얼돌'의 수입을 막은 조치는 부당하다는 법원의 잇단 판결애 대해 관세청이 항소하는 등 규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리얼돌 방지법' 움직임을 보이는 등 논란이 가열되는 모양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박양준)는 A사가 최근 김포공항세관장을 상대로 낸 '수입통관 보류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사는 중국에 있는 업체로부터 리얼돌을 수입하면서 김포공항세관장에 수입신고를 했다. 그런데 세관장은 지난해 2월 이 물품이 구 관세법 234조 1호에 규정된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한다며 수입통관을 보류했다.

처분에 불복한 A사는 관세청장에게 심사청구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는데 법원은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A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모습이 저속하고 문란한 느낌을 주지만 이를 넘어서서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인 방법에 의해 성적 부위나 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 또는 묘사한 것이라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적어도 공중에게 성적 혐오감을 줄 만한 성기구가 공공연하게 전시·판매됨으로써 그러한 행위를 제재할 필요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성기구를 음란한 물건으로 취급해 수입 자체를 금지하는 일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나라 법률은 미성숙한 청소년이 성기구에 노출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만 별도 보호장치를 마련하고 있다"며 "성인의 사적이고 은밀한 사용을 본래 목적으로 한 성기구의 수입 자체를 금지할 법적 근거는 달리 찾아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A사의 리얼돌이 정교해 통관 보류가 적법하다'는 피고 측인 관세청 주장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 대법원은 지난 2019년 6월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할 정도는 아니다"면서 "성기구의 수입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리얼돌의 수입통관 보류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그러나 관세청은 풍속을 해치는 물품 수출입을 금지한 관세법 234조를 근거로 리얼돌을 막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아직 리얼돌 국내 허용 기준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세관이 통관을 막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대법원 판결의 경우 특정 물품 특정 모델에 대한 통관 불허에 대한 판단일 뿐이다. 일반적인 리얼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리얼돌 제품 다른 모델에 대한 통관은 막아야된다는 것이 관세청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리얼돌의 경우 수입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 전반적인 리얼돌 산업에 대한 기준 자체가 없다. 따라서 앞으로 법부무와 여성가족부 등 관련 부서와 허용 기준과 관련 논의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치권에서도 '리얼돌 방지법' 을 위한 움직임이 알고 있다.

지난 1월 아동·청소년을 본뜬 리얼돌을 제작·판매하는 행위를 규제하는 법안이 발의된 데 이어 아동·청소년 형상의 리얼돌을 소지만 해도 처벌하는 법안이 추가로 발의됐다.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지난 5일 아동·청소년 형상의 리얼돌 제작과 판매, 소지를 규제하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아동·청소년 형상'의 리얼돌을 소지만 해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 처벌할 수 있다는 내용과 이를 제작하거나 수입·수출하는 경우 7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7000만원의 벌금형 처벌을 받을 수 있는 내용이 담겼다.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 1월 아동·청소년 형상의 리얼돌을 제작하거나 수입, 판매 및 대여하는 행위를 제한하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법안은 아동·청소년 형상 리얼돌 제작·수입·수출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