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자매는 흥국생명으로부터 무기한 출전정지 처분을 받은 상태다. 야구와 축구 등 다른 스포츠에서도 물의를 일으켜 무기한 징계를 받고 복귀한 사례가 다수 발견된다.
■무기한 징계, 이번에도 셀프 용서로 끝날까
19일 체육계에 따르면 소속팀 흥국생명으로부터 무기한 출전정지 징계처분을 받은 이재영, 이다영 자매의 코트 복귀 가능성이 매우 높다. 체육계에선 이르면 이번시즌 말부터도 가능하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흥국생명은 '피해자의 용서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으나 이들 자매는 간략한 자필 사과문을 발표한 이후 어떠한 공식적인 움직임도 취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징계를 우회해 해외진출을 타진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왔다.
시민들은 이들 자매에게 별도 징계를 하지 않은 연맹의 결정에 비판을 쏟아냈다. 소속팀이 여론이 잠잠해진 뒤 징계를 풀 경우 곧바로 복귀가 가능하도록 사실상 봐주기를 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엔 상당부분 설득력이 있다. 프로스포츠에서 무기한 징계처분은 곧 구단이 원할 때 언제든 징계를 해제할 수 있다는 뜻과 다르지 않다. 기간을 못박지 않아 실제 징계가 분노한 여론에 비해 크게 적을 가능성이 높다.
배구계엔 이미 대표적 사례가 있다. 2009년 9월 남자배구 국가대표 박철우를 구타한 당시 코치 이상렬씨는 대한민국배구협회로부터 무기한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재영, 이다영 자매와 같은 수위 징계였다.
하지만 이상렬씨는 2012년 경기대학교 배구부 감독으로 활동을 재개했고 지난해 KB손해보험 스타즈 감독으로 기용됐다. 징계 2년만에 스리슬쩍 무기한 자격정지 징계를 푼 협회는 물론, 중징계를 받았음에도 감독으로 기용한 KB손보의 선택에도 비난이 쏟아졌다.
이 감독은 17일 기자들과 인터뷰 과정에서 이재영, 이다영 자매에 대한 질문을 받자 "인과응보가 있더라"며 "나 역시 그래서 선수들에게 사죄하는 느낌으로 지도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박철우는 18일 자신의 SNS에 "피가 거꾸로 솟는다는 느낌이 이런 것인가"하고 분개해 화제를 모았다.
피해자가 V리그 대표급 선수인 박철우였음에도 가해자가 쉽게 복귀하는 모습은 배구계가 얼마나 폭력에 관대한지를 짐작케 한다.
이재영, 이다영 자매의 사례처럼 피해자가 과거 중학교 운동부 출신으로 프로배구계에 영향력이 전혀 없고, 가해자 모친은 전 국가대표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상황에서 또다시 배구계의 관대한 셀프 용서가 반복되지 말란 법이 없다.
■스타 못버리는 프로스포츠, 이번에도?
국내 프로스포츠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야구계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여럿이다.
2019년 12월 술에 취해 여자친구와 노상에서 다툼을 벌이다 이를 말리는 시민을 구타해 형사입건된 LG 트윈스 배재준도 지난해 무기한 선수자격정지 징계가 풀렸다. 징계를 받은지 불과 10개월 만이었다. 구단 자체징계로 구단이 징계를 풀며 다시 트윈스 팀 훈련에 합류할 수 있었다. 이에 여론이 뜨거울 때만 잠시 중징계처럼 보이는 처분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으나 그때 뿐이었다.
2004년 역시 시민폭행 혐의로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무기한 출전정지 징계를 받은 정수근 롯데 자이언츠 선수는 무려 1달이 지나지 않아 징계가 해제돼 충격을 던졌다. '선수가 충분한 반성을 했다'는 게 이유였으나 달아오른 여론만 피하자는 KBO의 태도에 비난이 쏟아졌다.
정수근은 이후 2008년 만취한 상태로 시민과 경찰관을 잇따라 폭행한 뒤 무기한 실격처분을 받았다. KBO는 이때에도 1년만에 징계를 철회했다. 정수근은 복귀 한 달만에 다시 음주 뒤 물의를 일으켜 끝내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이 같은 사례를 감안할 때 무기한 징계를 영구징계 등 사실상 선수생명이 박탈되는 중징계로 보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적잖은 사례에서 징계 뒤 1년 내외로 복귀가 가능했다.
이재영, 이다영 자매가 협회와 구단 모두에서 무기한 징계처분을 받았다는 점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