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이혼소송 중인 아내를 수십차례 밟는 등의 방법으로 살인을 시도한 7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윤강열 장철익 김용하)는 살인미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71)에게 원심인 징역 7년을 파기하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19년 12월9일 오후 10시부터 약 30분 동안 서울 양천구 소재에 위치한 자신의 식당에서 부인 B씨의 머리를 93회 가량 짓밟고 맥주병 등으로 몸을 수십차례 때린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집 밖으로 피신해있던 중 귀가 중인 가족의 신고로 병원에 후송돼 치료를 받았다. B씨는 얼굴뼈 골절, 엄지손가락 절단, 치아탈구 등 전치 8주의 상해를 입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2019년 이혼 소송을 제기한 B씨에게 각서를 써주며 '소송을 취하해달라'고 했는데 B씨가 취하해주지 않아 악감정을 품게됐다"며 "B씨가 범행 당일 기분 나쁘게 말하고 휴대폰만 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측 변호인은 재판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치매, 우울증 등을 앓고 있었을 뿐 아니라 당시 술에 취한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1심은 A씨와 B씨가 지난 2015년부터 식당의 영업부진 등을 이유로 다퉈온 점, 2015년 B씨가 A씨의 폭행으로 응급실을 찾은 점, A씨가 평소 자식들에게 "너희 엄마를 죽일 것"이라고 한 점 등을 고려하면 A씨에게 살인의 고의성이 인정되며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B씨는 이 사고로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의 심각한 상처를 입었고, 범행의 충격으로 피해 상황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며 "A씨는 B씨의 얼굴을 밟기 위해 피해자의 몸을 돌리고 몸이 들썩거릴 때까지 발로 밟는 등 남편이라는 사실이 믿기 어려울 정도로 공격적이고 잔인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해당 판결에 불복한 검찰과 A씨 측은 항소했고 사건은 서울고법으로 왔다.
2심은 A씨가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2심은 정신감정 전문의가 A씨가 중증의 알코올 의존증과 우울장애를 앓고 있다고 증언한 점, 범행 당일 A씨가 상갓집에서 주량 이상의 술을 마신 점, 술과 함께 우울증 약을 복용하면 공격적인 성향이 더 쉽게 나타나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2심은 "항소심에 이르러 A씨와 B씨 사이의 이혼소송도 조정으로 끝났고 A씨는 재산분할로 이 사건 식당의 부지, 건물에 대한 소유권을 B씨에게 이전해주기로 했다"며 "B씨의 자녀들도 A씨에 대한 선처를 탄원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