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밝음 기자 = "시댁에서 5인 이상 모이는데 신고하면 제가 했다고 의심하겠죠?"
"저에게 쪽지로 주소랑 시간 알려주시면 대리 신고 해드릴게요"
방역당국이 설 연휴 기간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를 연장하고 고향 방문 자제를 권고했지만 며느리들은 시댁 방문을 놓고 고민이 커지고 있다. 온라인 카페에는 5인 이상 모이는 시댁을 방역수칙 위반으로 신고해 달라는 글도 속속 올라오고 있다.
10일 서울시에 따르면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가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4일까지 유지된다. 직계가족이라도 떨어져 지내는 경우엔 5인 이상 모이면 방역수칙을 어겨 10만원 이하 과태료 대상이 된다.
박유미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전날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설 연휴에 접촉이 증가할 경우 재확산 위험이 있다"며 "이동과 접촉을 줄이기 위해 고향·친지 방문과 여행은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며느리들은 시댁에서 먼저 오지 말라고 하지 않는 이상 안 간다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며느리들 "5인 이상 모임금지에도 시댁에서는 오라고 해"
서울에 사는 A씨(51)는 설 연휴에 충북 시댁에 내려간다. 두 달 전 시아버지 제사 때 내려가지 않았더니 시어머니 혼자서 제사상을 차렸기 때문이다. 마음이 불편해진 A씨는 이번 설에는 시댁에서 제사를 지내기로 했다.
마포구에 사는 며느리 B씨는 "시댁이나 친정 부모님 다 우리보다 뉴스 더 자주보고 어린이집 걱정된다고 얘기해주시는데 왜 명절에는 모른 척 하는지 모르겠다"며 "시댁 눈치 보며 가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온라인 카페에 글을 썼다.
며느리들은 5인 이상 모이면 감염도 걱정된다고 했다. 며느리 C씨는 "시댁에 가는 건 싫지 않은데 나라에서 굳이 하지 말라는데 어기면서까지 가는 게 마음에 걸린다"며 "그동안 사적모임 안 하고 대중교통도 안 타면서 조심했는데 걱정이 된다"고 고민글을 올렸다.
문제는 가정 내에서 5인 이상이 모일 경우 단속이 어렵다는 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단속을 강력하게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과 함께 며느리들 사이에서는 서로 5인이상 모임을 신고해 주자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며느리 D씨는 "시어머니가 아기는 어려서 (5인 이상 모임 금지에) 포함이 아니라고 했다"며 온라인 카페에 시댁을 신고해달라는 글을 올렸다.
일부 온라인 카페 이용자들은 주소를 알려주면 대신 신고하겠다는 댓글을 달고 있다. 한 카페 이용자는 "이번에 어쩔 수 없이 시댁 가는 며느리들이 많기에 5인 이상 모임이 보이면 죄다 신고할 것"이라며 "누군가 저도 신고해주길 바란다"고 썼다.
거짓말을 동원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에 사는 며느리 E씨는 "양가에 회사에서 확진자가 생겨 밀접접촉자라 자가격리해야 한다고 말씀드리기로 했다"며 "거짓말이라 죄송하지만 지금은 아무 곳도 가고 싶지 않다"고 글을 올렸다.
◇전문가들 "5인 이상 모임 금지 단속, 현실성 없어"
전문가들은 5인 이상 모임 금지에 대한 단속 실효성을 지적했다. 설 연휴에 5인 미만으로 모이는 건 쉽지 않으니 차라리 현실적으로 지킬 수 있는 수준으로 인원수 제한을 풀어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가정 내에서 5인 이상 모이는 걸 감시할 수가 없다"며 "차라리 설 연휴에는 5인 이상에서 7인 미만 등으로 모임 기준을 완화하는 게 현실적으로 사람들이 더 잘 지킬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5인 이상 모임 제한은 지키지 말라는 것과 같다"며 "오히려 광역시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일부 직계가족이 모일 수 있도록 하는 등 현실적으로 지킬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마스크 착용 등 만났을 때 방역수칙 준수가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천 교수는 "마스크를 철저하게 쓰고 식사는 최대한 따로 하는 게 중요하다"며 "조금이라도 증상이 있거나 사회생활을 활발하게 하는 경우 고향집에 가기 전 PCR 검사를 하고 가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정 교수도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들은 거리를 둬서 앉고 식사 횟수도 최소한으로 하라"며 "날씨가 따뜻해졌으니 실내 환기도 자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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