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사회에서 잘 나가는 미혼남인 것처럼 속여 만나던 여성으로부터 1억여원을 뜯어낸 50대 남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3단독 황여진 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50대 남성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18년부터 인터넷 채팅으로 알게 된 피해자에게 자신이 결혼한 사실을 숨긴 채 “얼마 전 BMW 구입했다”, “회사에서 이사로 승진했다”, “서울 강남의 주상복합아파트에 살고 있다” 등의 말을 늘어놓으며 피해자와 연인 사이가 됐다.
그러던 중 어느날 A씨는 피해자에게 “내가 주식투자를 하는데 많은 수익을 내고 있고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 “돈을 빌려주면 주식투자로 수익을 내서 빠른 시간 내에 원금과 수익금을 주겠다”면서 23회에 걸쳐 총 1억1942만원을 피해자로부터 송금받았다.
하지만 당시 A씨는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투자를 해 손해만 입던 상황이었다. 또 아파트를 소유하거나 강남 아파트에 거주한 적도 없고 실제 살고 있는 아파트의 전세보증금 및 3000만원 상당의 토지 외에는 별다른 재산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에 넘겨진 A씨 측은 피해자로부터 돈을 빌린 것은 사실이나 피해자에게 혼인 여부 이외에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고 피해자가 피고인의 경제상황, 차용금을 주식투자에 사용하는 것을 모두 알고 돈을 빌려준 것이기에 피고인이 피해자를 기망한 것이 아니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배우자와 자녀를 부양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월급을 받더라도 그 대부분을 배우자에게 교부하고 자신은 용돈을 받았다”면서 “피고인은 강남이 아닌 지역에 거주하는데다 그 거주지 역시 혼인공동생활을 위한 것으로서 피해자가 이런 사정을 알았더라면 피고인의 변제능력을 다르게 평가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고소 이후 피해자에게 월 200~300만원씩 변제하겠다고 약속했으나 100만원을 갚은 것 외에 변제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피고인에게 3000만원의 대출금 채무가 있고 신용이 낮아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상태였다는 점도 고려하면 피고인에게 변제자력이 충분했다고 볼 수 없다”고 양형 배경을 설명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