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뉴스1) 최대호 기자 = '엄청 큰 응징으로 무스(서)워도 못하게 해야 해'
2020년 7월23일 경기 안양시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A씨(43)의 셋째 여동생에게 이같은 내용의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보낸이는 A씨 어머니의 30년 지기인 B씨(68). 내용은 어머니를 '때려 잡아라'라는 지시였다.
B씨는 이전에도 A씨와 그의 여동생 2명 등 세 자매에게 '너희 엄마 때문에 너희들의 기(氣)가 꺾이고 있으니 엄마를 혼내야 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수시로 보냈다.
이에 딸들은 '(엄마의)대가리를 깨서라도 잡을게요'라고 답장했다.
평소 무속신앙에 심취해 있던 딸들은 B씨의 말을 떠받들며 복종했고, B씨는 딸들의 이러한 심리를 이용해 A씨의 어머니를 혼내려 했다.
B씨는 자신의 집에서 손주들을 위해 음식 준비를 하고 빨래를 하는 등 집안일을 돕던 A씨의 어머니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같은 패륜 범죄를 사주했다.
B씨로부터 최종 '응징' 메시지를 받은 A씨 등 세 자매는 같은해 7월24일 A씨가 운영하는 카페로 모였다. 그들은 절굿공이와 밀방망이를 챙겼다. B씨의 지시대로 어머니를 '응징'하기 위해서였다.
딸들은 카페에 나와 일을 거들던 어머니를 CCTV 사각지대로 데려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의 온몸을 절굿공이와 밀방망이 등으로 장시간 무자비하게 때렸다.
어머니는 딸들이 휘두른 폭력에 몸이 심하게 상했지만 이튿날에도 카페에 나왔다. 딸의 일을 돕기 위해서였다.
딸들은 그러나 식은땀을 흘리며 일하는 어머니를 또 다시 다그쳤다. 막내딸은 어머니의 종아리를 발로 찼고, 큰딸은 손으로 머리를 때렸다. 어머니를 향해 전날 폭행에 사용했던 절굿공이를 들어 보이는 등 위협도 했다.
세 딸의 어머니는 그날 쓰러졌고, 낮 12시30분 세상과 이별했다. 사인은 위력에 의한 내부출혈.
검찰은 악마와 같은 패륜 범행을 저지른 세 딸에게 살인죄가 아닌 존속상해치사죄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구타를 당한 어머니가 상당 시간 살아 있었던 점과, A씨 등이 자발적으로 119에 신고한 점에서 의도적 살인은 아니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딸들의 폭력에 직면했을 때 이미 어머니는 정신적으로는 사망한 것이나 마찬가지였지만 현행 법체계는 그렇지 않았다.
법정에 선 세 딸은 어머니를 죽음에 이르게 한 죄책감보다 오히려 범행을 사주한 B씨의 안위를 더 걱정했다. B씨를 옹호하는 데 급급했다.
이에 힘입은 B씨는 "때리라고는 했지만 다치게 하라고는 하지 않았다"며 상해교사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B씨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는 지난 8일 큰딸에게 징역 10년을, 둘째와 셋째 딸에게는 각 징역 7년을 선고했다. B씨에 대해서는 징역 2년6월을 선고했다.
김소영 부장판사는 "무속신앙에 심취한 피고인들은 '피해자가 기를 깎아먹고 있다'며 그 기를 잡는다는 등의 명목으로 범행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큰딸은 이전에도 상당기간 연로한 피해자를 폭행하고 욕설을 하는 등 지속 학대했고, 막내딸은 부추겼다"며 "그럼에서 피고인(세 자매)들은 범행을 사주한 피고인의 죄책을 축소하는데에만 급급하고 잘못을 진지하게 반성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죄책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한편 숨진 어머니의 다른 두 아들은 법원에 이들 세 자매에 대한 선처를 탄원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