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1) 백승철 기자 = 요즘처럼 강추위가 맹위를 떨치는 날이면 자연스럽게 몸을 녹여주는 뜨거운 국물이 생각난다. 겨울철 뜨거우면서도 시원하고 입에 착 감기는 국물하면 대표적인 것이 홍합탕이다.
홍합은 담치, 담채, 섭조개라고도 불리며, 전 세계적으로 250여 종이 서식하고 있는 조개류이다. 주산지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중국 북부에 분포돼 있다. 홍합의 껍데기는 삼각형에 가까운 둥근 쐐기형으로 길고 검으며 두껍고 거칠다.
속살이 붉은 것은 암컷이고 흰 것은 수컷인데 암컷이 더 달고 맛있다. 한방에서는 홍합을 '성질이 따뜻한 식재료로 구분하며 피부를 매끄럽고 윤기 나게 만들어 준다'고 해 겨울철 건조한 날씨에 푸석해진 피부를 위해서 섭취해야할 음식이라 한다.
홍합에는 '셀레늄'이라는 영양성분이 있어 체내 산화과정을 억제한다. 또 타우린, 글리신, 글루탐산, 아르기닌 등의 유리 아미노산과 숙신산, 젖산 등 유기산이 특유의 맛을 낸다. 홍합에 함유된 셀레늄과 비타민에이(A)는 체내 산화과정을 억제하는 역할을 해 노화방지와 함께 항암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처럼 영양가 높은 홍합은 많은 나라에서 요리 재료로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홍합탕, 홍합미역국 등 주재료로 쓰이거나, 해물탕이나 짬뽕처럼 다른 요리의 부재료로 사용되곤 한다.
해외에서는 홍합을 탕보다는 찜으로 애용한다. 벨기에의 경우 프렌치프라이와 곁들여 물기는 없고, 짭짜름한 맛이 나는 홍합찜을 즐긴다. 프랑스에서는 홍합찜을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으로 대중화했다. 이탈리아는 홍합과 토마토소스를 넣어 끓이는 요리인 '코제'가 사랑받고 있다.
스페인에서는 대표적인 전통 쌀요리 '파에야'에 홍합이 단골 재료로 들어가 음식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터키에서는 껍질을 밥으로 채우고 그 위에 홍합을 하나씩 얹어 먹는 길거리 음식 '미디에 돌마쓰'가 서민들의 간식거리로 자리잡고 있다.
홍합을 체계적으로 양식하고, 글로벌 일등 상품으로 만든 나라는 뉴질랜드이다.
뉴질랜드는 홍합양식협회까지 만들어 청정 해역인 남섬 말버러 해역에서 주로 생산하고 있다. 1960년대부터 관절염 등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대량 양식을 시작했다. 이때부터 초록 홍합을 뜻하는 '그린 셸'이라는 브랜드로 글로벌 프리미엄 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최근에는 홍합 양식장을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스마트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2016년에는 중국 알리바바와 마케팅 협약을 맺어 주문한 홍합을 72시간 이내에 중국 전역으로 공수하는 시스템까지 갖췄다. 뉴질랜드는 현재 20개국 이상에 홍합을 수출하고 있다.
홍합은 이제 음식 재료를 넘어 2019년 기준 약 2조 7000억원에 이르는 의료용 생체 접착제 재료로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재 의료용 생체 접착제를 비롯한 해양바이오 시장은 선진국이 거의 독점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차형준 포항공과대학교 교수가 홍합이 바위 등에 접착할 때 쓰이는 단백질인 '족사(足絲)'를 이용해 2015년 수술용 '순간조직접착'’ 개발에 성공했다. 이후 차 교수는 홍합의 이러한 성질을 바탕으로 2020년 치료용 항체를 암세포가 있는 곳에 정확하게 전달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처럼 쓰임새가 많은 홍합도 활발한 국제교류 속 선박의 출입이 잦아지면서 외래종의 유입을 피할 수 는 없었다. 우리나라에는 1950년대에 경남지역으로 지중해담치가 유입됐다. 지중해담치의 유입 경로는 지중해나 유럽에서 들어오는 배의 평형수(ballast water)에 섞여서 우리나라 바다에 들어왔다.
이렇게 들어온 지중해 담치는 지금은 국내에 정착해 양식까지 이뤄지고 있다.
홍합은 지중해담치에 비해 크기가 훨씬 크고 껍데기가 두꺼우며 광택이 돈다. 또 홍합은 껍데기에 다른 부착생물이 붙었던 흔적이 많고 뒷가장자리 부분이 구부러져 있지만, 대량양식이 이뤄지는 지중해담치는 껍데기가 매끄러우며 뒷가장자리 부분이 날씬하게 보인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