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 축구센터에서 멀쩡한 화장실 변기 19개가 뜯겨날 뻔한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충남도의 무리한 감사 탓에 남·녀 화장실 간 변기 숫자를 맞추느라 계획에 없던 예산을 낭비할 상황에 부닥쳤다가 가까스로 이를 면한 것이다.
12일 천안시에 따르면 공중화장실법상 '남녀화장실의 변기 수 비율'을 적용받는 대상에서 시가 관리 중인 '축구센터'를 제외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여성화장실 대변기 수는 남성화장실의 대·소변기 수의 합 이상이 돼야 한다. 공중화장실법 제7조 1항에 의해서다. 여성의 화장실 평균 이용시간이 남자의 약 3배인데도 화장실 크기가 동일해 여성 대변기 수가 더 적다는 지적에 따라 도입된 규정이다.
충남도 감사위원회는 지난해 말 이같은 규정을 들어 축구센터의 남녀화장실 변기 수를 지적했다. 천안 축구센터 본관 1층 남성화장실에는 소변기와 대변기가 총 20개다. 반면 같은 층 여성화장실 대변기는 13개다.
시설 관리를 맡은 천안 시설관리공단은 충남도의 감사 결론에 반발했다. 센터 연간 이용자 35만명 중 93%가 남성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같은 근거 제시에도 충남도는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공단 측은 감사 결과에 따라 화장실 5곳의 변기 19개를 철거키로 했다. 여성 이용객이 적은 상황에서 여성화장실 대변기를 늘리는 방안은 현실성이 떨어질뿐더러 남성화장실 변기를 철거하는 예산이 더 적게 들어서다.
이런 논란이 외부에 알려지자 시는 해결책 모색에 나섰다. 허무하게도 해결책은 가까운 곳에 있었다. 공중화장실법 시행규칙에 이미 예외 조항이 마련돼 있었다. 이용자 성별비율 등을 고려해 지자체장이 특정 시설을 예외로 인정할 수 있도록 해둔 조항을 뒤늦게 알아챈 것이다.
축구센터는 '체육진흥과'에서, 화장실 규정은 '환경정책과'에서 담당하는데, 두 과 간의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천안시는 뒤늦게 축구센터를 공중화장실법상 남녀화장실 변기 수 비율 제한 규정의 제외 시설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두고 실적 위주의 무리한 감사가 불러온 촌극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감사 업무를 담당했던 한 중앙부처 공무원은 "감사 성과를 무리하게 내려하다 보면 이런 사태가 벌어진다"며 "이런 과도한 감사는 일선 공무원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