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정년 앞둔 고대 경비직원 차량 막다 참변.. 학생들 고인 추모

"의식이 없으셔서 걱정했는데 너무 안타깝다"

2021.01.05 15:52  
돌진 차량을 막다 숨진 고려대 교통관리 총무부 직원 곽모씨(60). 생전에 학생들이 인터뷰한 고인의 모습. 2020.01.05. © 뉴스1 유튜브채널 '고려대학교 학생홍보대사 여울' 캡처

(서울=뉴스1) 서혜림 기자,김유승 기자 = 정년을 앞둔 고려대학교 직원이 학교 정문에서 돌진하던 차량을 막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고려대 학생들은 고인을 위해 성금을 모금하며 마지막 길을 기리고 있다.

5일 서울 성북경찰서에 따르면 고려대 정문에서 교통관리를 하던 총무부 직원 곽모씨(60)가 지난달 29일 오후 3시23분쯤 학교 정문 화단 쪽으로 돌진하던 승용차에 치여 중상을 입었다가 최근 결국 운명을 달리했다.

이에 고려대 커뮤니티 '고파스'에는 고인을 추모하는 글들이 올라와 1300개가 넘는 공감을 받으며 심금을 울리고 있다.

아울러 고인이 정문에서 교통관리를 하다가 학내로 돌진하는 차량을 직접 막기 위해 나섰다가 사고가 났다는 이야기도 전해졌다.

한 학생은 "정문에서 차량질서 유지 및 보행자 안전을 위해 지난 10년간 애쓰신 곽모 선생님께서 유명을 달리했다"며 "학내로 돌진한 차량을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몸으로 막으시다가 사고가 났다고 한다"고 가슴이 아프다는 글을 썼다.

다른 학생은 직접 사고를 목격했다면서 "차가 급발진 걸린 것처럼 4.18 기념관 쪽에서 인도로 달리던 와중에 고인께서 차를 제지하시려다가 치였다"며 "의식이 없으셔서 걱정했는데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학생들과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고인은 생전 고려대 정문 앞에서 항상 웃는 표정으로 학생들을 맞이했다. 고파스에는 고인이 생전에 학생들 유튜브에 출연해 해맑게 인터뷰하는 영상이 올라와 학생들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학생홍보대사 여울' 유튜브 채널에 지난해 11월13일 올라온 영상에서 고인은 '근무하면서 가장 기억나는 경험'에 대해 "사고가 날 뻔한 것을 근무자가 막아서 예방한 것을 구체화할 때"라고 말하며 학생들을 위한 마음을 표하기도 했다.

또 '고려대의 어떤 계절이 가장 좋나'는 질문에 "교문 철조망에 장미가 심어져 있다. 너무 아름답다"는 답을 했다.

학생들은 고파스에서 '정문에서 그렇게 자주 마주쳤는데 이제 제대로 인사 드리겠다''아침마다 정문으로 들어오는 모든 차에 경례하던 모습이 정말 기억에 많이 남는다''자전거로 통학할 때 지나갈 때마다 차량 통행 막아주셔서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인사드렸다''정문에 갈 일이 잘 없던 나도 항상 그곳에 계신 그분을 알 정도로 무게감있게 정문을 지켜주셨다'는 글을 남기며 고인을 수차례 추모했다.

고려대생들은 또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위해 성금을 모으고 있다.
학생들은 '학교 다니는 동안 감사했던 마음을 담아 작게나마 조의금 보냈다''수많은 영웅들 덕분에 잘 살아있다는 것을 내내 기억하고 조금씩이나마 조의를 표한다'는 글을 올렸다.

한편 경찰은 곽씨에 돌진한 남성운전자 A씨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음주를 한 상태는 아닌 것으로 조사됐고 급발진 등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현재 파악 중이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