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MB·박근혜 사면론'에 김종인 "문재인 대통령이.."

사면은 말도 안되지

2021.01.04 06:01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해 12월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교섭단체 정당대표 회동에서 인사하고 있다. 2020.12.4/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 News1/뉴스1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신축년 벽두부터 꺼내든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을 두고 여야가 갈등의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이 결정하면 될 일이라고 규정했다.

김 위원장은 4일 통화에서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므로 대통령이 판단해서 결정하면 끝나는 문제"라며 "복잡하게 할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같은 입장은 이날 오전 예정된 비대위회의에서 보다 구체화될 것이란 예상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1일 이 대표의 사면론이 나오고 사흘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지난해 12월15일 김 위원장이 두 전직 대통령의 과오를 두고 이미 사과한 상태에서 섣불리 입장을 밝힐 경우 그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고, 중도 외연 확장이라는 움직임에도 자칫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는 사이 오히려 민주당 내부에서 갈등이 증폭됐다. 문 대통령 지지자들과 '친문' 의원들은 잇따라 이 대표를 비판하며 '사면'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논란이 커지자 전날 오후 국회에서 긴급 간담회를 연 민주당 지도부는 국민적 공감대와 당사자들의 반성이 중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관련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되는 이달 중순 신년기자회견 때까지 언급을 자제하기로 했다.

민주당에서 반성을 전제로 한 사면이 언급되자 국민의힘은 강하게 비판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전직 대통령들의 사면 문제를 깃털처럼 가볍게 여기는 민주당 모습이 과연 정상인가"라며 "사면에 관련된 해프닝은 책임있는 여당의 모습이 아니다. 민주당의 구심점은 과연 어디인지 의심케 한다"고 지적했다.

장제원 의원 역시 페이스북에서 "48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말을 주워담으니 우롱당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앞으로 이 대표가 하는 말은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하더라도 믿지 않게 되었음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여권이 먼저 제기한 사면론이 여야 갈등과 혼란의 양상으로 전개되는 가운데, 김 위원장은 대통령의 무책임과 침묵에 대해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이 자기로서의 판단이 딱 서면 발표하면 되지 어디 이상하게 이낙연 대표의 입을 통해서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이 '사면은 문 대통령이 결정할 일'이라고 한 것을 사면론에 거리를 둔 것으로 해석했지만, 정치권에서는 그의 의중이 사실상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해석하는 분위기다.

김 위원장은 두 전직 대통령과 관련한 일에 대해 사과한 것과 이번 사면론은 별개라는 입장이다. 통화에서 그는 "(지난번 긴급기자회견 내용과) 사면은 별개의 것"이라고 했다.


한편, 사면법에 따르면 법무부 장·차관, 검찰국장, 검사·판사 출신 변호사 등 내·외부위원 총 9명으로 구성된 사면심사위원회(심사위)는 논의를 통해 특별사면 대상자를 확정한 후 위원장인 법무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보고한다. 대통령은 국무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대상자를 확정한다.

친문재인계인 추미애 현 법무부 장관뿐만 아니라 후보자인 박범계 의원, 이용구 법무부 차관, 심재철 검찰국장 등 심의위원 면면을 볼 때 문 대통령의 입장 표명만 있다면 사면은 어렵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