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균진 기자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대국민 사과를 계기로 4·15 총선 당시 실패한 '탄핵의 강'을 건널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 위원장의 메시지는 '정경유착의 어두운 그림자' '경영 승계에 편의를 봐준 혐의' '권력을 농단한 죄상' 등 표현으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혐의를 그대로 드러냈다. 당내에서는 당초 예상한 것보다 수위가 높다는 평가다.
김 위원장의 임기는 내년 4월이다. 비대위 출범 6개월 만에 이뤄진 김 위원장의 사과는 당의 혁신,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 승리를 위한 '승부수'로 풀이된다.
특히 김 위원장은 사과와 함께 "쌓여온 잘못과 허물에 대해 통렬히 반성하며, 정당을 뿌리부터 다시 만드는 개조와 인적 쇄신을 통해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탄핵의 강을 건너는 첫 단추로 인적쇄신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인적쇄신 없이는 내년 재·보선 승리를 넘어 정권교체를 이뤄내기는 힘들다는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과거와의 결별, 새로운 출발로 당 전체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 7일 전국 당원협의회 138곳 중 35.5%인 49곳에 대한 당협위원장 교체를 비대위에 권고했다. 교체 명단에는 강성 친박으로 분류되는 김진태·민경욱 전 의원이 포함됐다. 또 지난 총선때 합류한 옛 국민의당계 인사들도 다수 포함됐다.
원외당협위원장을 대상으로 한 당무감사의 초점은 '도덕성'과 '막말' 검증이었다. 극우 논란의 단절을 통해 과거와의 절연을 외친 당의 기조에 따른 것으로 김 위원장이 당무감사위 권고 수용 범위가 인적쇄신의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김종인 비대위 출범 이후 '변화, 그 이상의 변화'를 내걸고 정강·정책 개편, 5·18 민주화운동 무릎사과, 청년정당 창당 등 전면적인 혁신 작업을 진행해왔다. 다만 176석이라는 거대 여당을 견제하는데 현실적인 한계가 있지만 정책 추진이나 혁신 등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번 사과는 내년 재·보선을 겨냥해 혁신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김 위원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보수층뿐만 아니라 중도층까지 외연을 확장하는 것이 중심이 될 전망이다.
김 위원장의 의지는 지난 총선 당시 '중도·보수 등 모든 세력의 대통합 추구'라는 미래통합당의 탄생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다만 마지막 과제로 남은 것이 '탄핵의 강'이다.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통합해야 하고, 탄핵에 대한 잘잘못은 통합 이후에 따지자는 것이 당시 분위기였다.
사실상 '묻지마식' 통합이 되면서 탄핵에 대한 한국당과 새보수당의 4년 간의 갈등이 완전히 봉합되지 않은 상태에서 마무리됐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의 사과가 탄핵의 강을 건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당내에서는 인적쇄신의 칼날이 당의 갈등과 분열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김 위원장의 의지는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정당의 구조개혁이라는 것은 지금 당장에 무엇을 한다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그런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당의 여러 가지 상황을 점검하고 있는 과정에 있다"며 "(인적쇄신은) 이 과정 속에서 도저히 이런 사람들하고는 안되겠다 생각하면 당에서 용인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얘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