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전주=김도우 기자】 길고양이 머리에 살상용 화살을 쏴 눈을 실명하게 한 40대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죄질이 나쁘다”면서도 여러 정상들을 충분히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했다.
전주지법 제3-2형사부(부장판사 고상교)는 동물보호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47)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사의 항소를 기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고 14일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의 양형은 피고인에게 유리·불리한 여러 정상들을 충분히 고려해 형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검사가 주장하는 사유들을 모두 고려해 보더라도 원심의 양형이 너무 가벼워서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A씨는 지난해 5월 전북 군산시의 자신의 집에서 살상용 화살촉을 사용해 길고양이에게 부상을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동물보호 시민단체인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이 사건은 지난해 7월 21일 ‘군산 길고양이 돌보미’로부터 군산 대학로 일대에 머리에 못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박힌 채 생활하는 고양이가 있다는 제보를 받고 단체 측이 구조에 나서면서 알려졌다.
구조된 고양이는 광주 소재 동물병원으로 이송돼 응급치료를 받았다.
당시 고양이는 두부 창상에 왼쪽 눈까지 실명되는 등 심각한 상태였다. 엑스레이 촬영 결과 머리에 박힌 것은 못이 아니라 화살촉이었다.
A씨가 사용한 화살촉은 ‘브로드 헤드’로 불리는 사냥용 화살촉이다.
동물에게 치명상을 주기 위해 3개의 날이 달려있다.
피격된 대상에 극심한 고통과 과다출혈을 동반해 살상력이 큰 무기지만 국내에서는 이를 규제할 마땅한 법규가 없어 공공연히 유통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는 범인을 찾기 위해 지난해 7월 29일 군산경찰서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4개월여간의 수사를 거쳐 인근 대학로 CCTV를 분석하는 한편 화살촉 구매 경로를 추적해 A씨를 검거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고양이를 쫓아내기 위해 그랬다”며 범행을 인정했고 법정에서도 모든 혐의를 인정했다.
검찰은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구형했고 1심 재판부는 “죄질이 좋지 않지만 초범이고 반성하고 있는 점을 감안했다”면서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한편 구조된 길고양이는 몇 차례의 수술 끝에 건강을 되찾았다.
실명된 왼쪽 눈은 수술을 통해 적출했고 의안을 삽입했다. 고양이에게는 ‘모시’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964425@fnnews.com 김도우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