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황덕현 기자,김유승 기자,원태성 기자 = "오후 9시 전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안 걸리나요? 더 빨리 모여서 술자리 2~3차까지 하고 귀가하는 경우도 봤는데 실효성 있는 대책인가 싶네요."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만난 장지은씨(28)는 이렇게 말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약속을 거의 잡지 않았다는 그는 "시간대를 정해놓고 군사정권 시절 '통금'(통행금지시간)처럼 통제하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차라리 마스크 제대로 안 쓰고 다니는 사람에게 부과하는 과태료 10만원을 강화하라"면서 걸음을 옮겼다.
서울시가 '1000만시민 긴급 멈춤기간' 추가방역대책으로 5일부터 서울의 상점, 영화관, PC방, 학원 등이 오후 9시에 문을 닫게 됐다. 공공문화시설과 백화점, 마트의 문화센터도 운영 중단된다. 대중교통도 감축되면서 사실상 9시 이후엔 옴짝달싹 못 하게 되자 여기저기서 불편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회사원 박준수씨(32)는 "나가 놀 사람은 다 나가 노는데, 계속 쓸데없는 '단계적 방역실험'을 하는 것 같다"면서 "이런 식으로 잠깐 줄인 코로나19 확진자 숫자는 다시 터져나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직장생활 2년차인 그는 "자녀나 노인과 같이 사는 직원은 조금 조심하는 분위기지만, 회사원들은 여전히 점심과 저녁식사, 소규모 회식 등을 하고 있다"면서 "치료제 개발과 백신수급이 먼저다"고 덧붙였다.
그는 <뉴스1>에 자신의 지인들이 파티룸이나 호텔 객실을 빌려서 노는 모습들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보여주면서 "막아도 놀 사람은 다 노는데, 제대로 된 단속계획을 세워라"고 행정에 당부했다.
김모씨(27)는 "백화점과 마트 ,상점 모두 오후 9시까지만 영업하고 있었다. 이번 대책 발표는 실효성 없는 보여주기식"이라면서 "숙박업소와 펜션 등 밀폐된 곳에 모이는 것을 제대로 막는 방안이 담기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대중교통 운행을 줄이는 데 대해서는 "날이 추워지는데, 버스정류장에서 더 오래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에 벌써 벌벌 떨리는 기분"이라고 덧붙였다.
급속한 확산세를 잡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조치라는 의견도 있다. 모두 조금씩 양보하자는 것이다.
동작구에 사는 손세현씨(34)는 "코로나19가 사라진다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조치"라면서 "모든 것을 2주 가량 셧다운(Shutdown)하면서 확진자를 확 줄이는 방법도 고려해 봄직 하다"고 밝혔다. 마포구민 40대 진모씨도 "코로나19 잠복기 2주가량은 견뎌볼 수 있다"면서 '집콕'할 것을 다짐하기도 했다.
한편 중소상인들은 이번 추가조치로 영업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미 저녁 장사를 접은 상태라 매출이 절반 수준으로 꺾였는데, 시민들 외출자체가 줄면서 폐업 위기까지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다.
성북구 스터디카페 사장인 50대 김모씨는 "대학 시험기간이라 오후 9시 이후에도 수입이 있었는데, 이제 손님을 받을 수 없게 됐으니 그야말로 '좌절'"이라고 말했다. 마포구 서교동 카페에서 일하는 20대 A씨는 "연말 분위기를 내려고 카페에 크리스마스 캐럴을 틀어놨는데, 점심시간에만 손님이 올 뿐 가게에 파리만 날린다"면서 "오후 9시에 문을 닫는데 손님은 6~7시쯤 끊긴다"면서 "월세는 꼬박꼬박 나가기 때문에 생존 방법이 없다"면서 울상을 지었다.
이 때문에 3차 재난지원금이 빨리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 총연합회 사무총장은 "협조할 것을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상황에서 자영업자를 위한 재난지원금을 하루 빨리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년 2월 지원금 지급은 늦다. 하루빨리 보편지급 형식의 재난 지원금을 주는 것만이 우리(중소상인)를 살리는 길"이라고 말했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과장은 "보편 지급이 예산상 어렵다면 선별적으로라도 정말 힘든 소상공인들에게 하루라도 빨리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주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다"도 덧붙였다.
앞서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4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열린 코로나19 관련 긴급 브리핑에서 "지금 서울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 내일부터 저녁 9시 이후 서울을 멈춘다"며 5일 0시부터 2주간 시행되는 추가 방역 대책을 발표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