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정률 기자,유새슬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이 차기 대선주자 1위를 차지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올 정도로 정치적 존재감이 급부상하면서 윤 총장을 향한 국민의힘의 표정이 갈수록 웃음을 잃고 있다.
현 정권을 향해 칼을 빼든 윤 총장을 통해 대여 공세의 고삐를 더욱 당기는 효과가 있다고는 해도 윤 총장이 야권 대선주자들을 압도하는 모습은, 정권 교체를 목표로 하는 제1야당의 현주소로서는 너무 초라한 탓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현 정부에 소속된 검찰총장의 여론 지지도가 높은 것은 이 정부 내에서 국민이 누구를 가장 신뢰하는가를 뜻하는 것"이라면서도 "윤 총장이 지금 지지도가 높다고 해서 야당 정치인이라고 볼 수는 없다"(12일 비상대책위원 회의)고 선을 긋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윤 총장이 처음 여론조사에 등장했을 때만 해도 당의 다른 대권잠룡을 자극할 수 있는 이른바 '메기효과'를 기대했지만 윤 총장이 입지가 더욱 커지자 기대감이 점차 우려로 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으로서는 윤 총장이 부각될수록 당 소속 혹은 야권 대선후보가 그만큼 존재감을 상실하는 마이너스 효과를 받고 있다. 그나마 있던 대선주자들이 윤 총장 이슈에 묻혀 관심조차 못 받으면서 채 2년도 안남은 대선 정국에서 '순혈' 야권주자의 부재라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가 "여론조사는 변하는 것이니까 큰 의미를 두고 싶지 않다"라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한 3선 의원은 뉴스1과 통화에서 "윤석열 현상은 180석 여당에 의해 의회가 장악돼 야당의 목소리가 나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상명하복에 익숙한 공무원 집단의 수장이 원칙론을 강조하자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반대와 거부감이 작용한 것이다. 이런 현상이 지속 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아직 우리 당 대선주자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전이기 때문에 윤 총장이 그 힘을 끌어안은 것"이라며 "개인이 장점에 기인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
김기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우리가 좀 더 노력하고 선공후사의 정신으로 대안 인물을 세우고 신뢰를 회복한다면 반문연대 세력에게 국민들께서 힘을 실어주실 것이라는 확실한 희망을 보여줬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윤 총장이 국민의힘의 지지 기반인 보수층과 회복하기 힘든 '구원'(舊怨)을 맺고 있다는 점도 국민의힘이 윤 총장을 선뜻 받기지 못하는 이유로 꼽힌다.
윤 총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다 정권에 미운털이 박혀 좌천됐던 사람이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태가 나기 전까지만 해도 문재인 정부 들어 이른바 '적폐 청산'을 주도하며 다시 승승장구하면서 작년 7월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서는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들로부터 각종 의혹을 놓고 집중적인 공격을 받기도 했다.
특히 윤 청장은 국민의힘이 배출한 두 전직 대통령인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에 큰 역할을 했다.
윤 총장은 2016년 최순실 사법농단 특검의 4팀장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또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실소유 의혹 수사를 하도록 지시한 바 있다.
윤 총장이 현재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핍박을 받으며 문재인 정권의 대척점에 서 있는 이미지로 보수층의 호감을 사고 있지만 윤 총장의 과거가 다시 불거질 경우 논란이 될 수도 있다.
윤 총장이 실제 정치권에 들어온다 해도 그 첫 무대가 국민의힘이 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은 이런 악연 때문이기도 하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페이스북에서 "문 대통령 주구(走狗) 노릇 하면서 정치 수사로 우리를 그렇게도 악랄하게 수사했던 사람을 데리고 오지 못해 안달하는 정당이 야당의 새로운 길인가"라고 비판한 것 역시 윤 총장의 과거 수사 경력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이밖에도 윤 총장이 실제로 정치권에 등장할 경우 오히려 야권 전반에 부작용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가깝게는 지난 19대 대선 당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세계 지도자 이미지로 야권 대선후보로 부상했지만 중도 낙마로 야권 전체 대권 판도에 치명상을 줬다. 18대 대선 때 정치 신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대중성을 앞세웠지만 완주를 하지 못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과거의 사례를 보면 (대선후보 선호도 1위를 했다고) 실제 본선까지 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라며 "윤 총장이 어느 당에 갈지 몰라도 지지기반이 없어 당내 경선을 통과할 가능성도 낮다"고 전망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