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쌍둥이 언니 윤상희씨(47)는 웃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빰에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쌍둥이 동생 윤상애씨의 얼굴을 확인한 그는 울고 웃으며 "빨리 만나고 싶었다"고 말했다. 상애씨도 "I miss you so much"라고 답했다. "나도 네가 너무 보고 싶었다"는 뜻이다.
지난 15일 오전 10시쯤, 서울 동대문구 왕산로 소재 실종자가족지원센터 안은 눈물과 웃음이 극적으로 교차하는 감격의 현장이었다. 이번 상봉은 '화상 통화'로 이뤄졌다. 화면에는 44년 전 실종된 상애씨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는 당시 미국으로 입양돼 버먼트주에 거주하고 있다.
쌍둥이 언니 상희를 비롯해 모친 이응순씨와 오빠 윤상명씨도 이 자리에 함께 있었다. 부친은 상애씨를 잃어버린 후 매일 술로 지새우다 지병 악화로 숨을 거뒀다고 한다.
이응순씨는 서울 남대문 시장에서 40년간 장사를 했다. 남대문 일대는 상애씨가 실종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이다. 이씨는 혹시나 상애씨를 다시 만날까 남대문을 벗어날 수 없었다.
오빠 상명씨도 남대문에서 복권(로또) 판매 매장을 운영했다. 두 사람은 남대문 시장 인근인 회현역에서 5.5㎞ 떨어진 이곳 실종자가족지원센터에서 44년만에 상애씨를 만났다.
상애씨는 미국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한 뒤 현지 연방 법원에서 일하고 있다.
감정을 억누르고 있던 이응순씨가 눈물을 터트렸다. 그는 상애씨에게 "너를 찾지 못했다면 죽을 때도 눈을 감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가 내민 제적 등본(옛 호적등본)에는 '상애씨가 여전히 살아있다'는 기록이 담겼다. 딸을 반드시 찾을 것이라는 이씨의 기대감과 애타는 마음도 함께 담겼을 것이다. 상애씨는 이씨에게 한국어로 '엄마'라고 불렀다.
경찰청과 외교부, 보건복지부는 관계부처 활동으로 '해외 한인입양인 가족찾기' 제도를 시행하면서 이들의 극적 상봉이 현실화했다고 18일 밝혔다.
상애씨가 한국에 있는 친부모를 찾기 위해 지난 2016년 국내에 입국해 유전자를 채취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응순씨도 상애씨을 찾겠다며 지난 2017년 경찰서를 방문해 유전자를 채취했고, 두 사람의 유전자 간에 친자관계 가능성이 있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이 나왔다.
다만 정확한 친자관계 확인을 위해서 유전자를 재채취할 필요가 있었다. 여기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시행하게 된 '해외 한인입양인 가족찾기' 제도가 큰 힘을 발휘했다.
아동권리보장원을 통해 입양정보공개 청구를 신청해 무연고 아동임이 확인되면, 재외공관을 통해 채취된 유전자 검체를 외교행낭으로 경찰청에 송부해 실종자 가족 유전자 정보와 대조하는 과정을 진행하는 제도다.
이 제도 덕분에 상애씨는 보스턴 총영사관에 방문해 유전자를 재채취하였고, 최근 국립과학수사원 감정 결과 이응순씨의 친자임이 최종 확인됐다.
이번 상봉은 '해외 한인입양인 가족찾기' 제도를 통해 재외공관에서 입양인의 유전자를 채취· 분석해 한국의 가족과 친자관계를 확인하게 된 첫 사례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장기실종자 발견은 실종자 가정만의 문제가 아닌 온 국민의 염원이 담긴 숙원과제"라며 "이번 상봉이 더 많은 실종아동을 찾게 되는 기폭제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