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뉴스1) 정진욱 기자 = 북한에 의해 피격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47)의 유족이 문재인 대통령의 편지를 받은 후 '실망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더불어민주당 당원이 모인 페이스북에 유족을 비방하는 글과 악성댓글이 이어져 2차 가해 우려를 낳고 있다.
14일 오전 페이스북 '더불어민주당 100만 당원 모임' 그룹에는 한 당원이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국기를 배반하고 북괴에 월북한(해경 수사정보국 발표) 자가 영웅이냐', '더러운 빨갱이, 월북자 의심의 가족아', '대한민국 역대 어느 대통령이 일반인에게 편지를 보낸 적이 있더냐, 업무가 바쁜 대통령께서 회의 석상에서 가족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편지까지 보냈으면 고마운줄 알아야'라는 글을 올리며 유족을 비난했다.
해당 글에는 "쓰레기는 하치장에서 소각해야 한다", "동생놈 월북한게 대통령 탓이냐", "북한에서도 니 집안이 그런줄 알았나보다 바로 사살 해버린걸 보니" 등 입에 담지 못할 댓글이 179개 달린 상태다.
13일 오전 12시 30분쯤 문재인 대통령의 답장 편지를 받은 A씨의 친형 이래진씨(55)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만족스럽지 못하다"면서 "(답신에는) 특별한 내용은 없고 원론적인 내용만 쓰여져 있었다"고 밝혔다.
이래진씨는 14일 해양경찰청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답장을 받은 A씨의 아들의 소감에 대해서도 전했다.
이씨는 "조카는 대통령의 간략한 답변을 예상했던 것인지, 예상했던 내용이었다고 말했다"면서 "조카는 많은 질문을 했는데, 해당 질문에 대한 답변을 기대했지만 답변이 없어 실망스러운 기색이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답장은 이달 8일 A씨의 아들이 문 대통령에 보낸 A4용지 1장 분량의 친필 편지에 대한 것이다. 당시 A씨의 아들은 국방부와 해경 등 관계당국이 결론 내린 '(아버지의)월북'에 대한 반박과 정부의 책임을 묻는 내용이 담겼다.
문 대통령은 A씨 아들의 편지를 전달받고 13일 A씨 유족 측에 A4용지 1장 분량의 편지를 전달했다. 형식은 친필이 아닌 타이핑 형식이었다.
답신의 내용은 "아드님께"라고 전하면서 시작됐다. 이어 "내게 보낸 편지를 아픈 마음으로 받았다"면서 "아버지에 대한 존경의 마음과 안타까움이 너무나 절절히 배어있어 읽는 내내 가슴이 저렸다.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또 "아버지를 잃은 아들의 심정을 깊이 이해한다"면서 "나쁜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모두 아버지 일로 많이 상심하며 걱정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 "진실히 밝혀져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은 묻고 억울한 일이 있었다면 당연히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는, 한마음을 가지고 있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 해경과 군이 여러 상황을 조사하며 총력으로 아버지를 찾고 있다"면서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진행하고 진실을 밝혀낼 수 있도록 내가 직접 챙기겠다는 것을 약속드린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드님도 해경의 수색 결과를 기다려주길 부탁한다"면서 "아드님과 어린 동생이 고통을 겪지 않고 세상을 살 수 있도록 항상 함께하겠다"면서 "강한 마음으로 어머니와 동생을 잘 챙겨주고 어려움을 견뎌내 주길 바란다"고 끝맺었다.
국민의힘 역시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군에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아들의 공개 편지에 대해 답신을 보낸 것과 관련, "문 대통령의 답장은 지난 6일 대변인이 밝힌 '수사 결과를 기다려보자'는 말에서 한걸음도 내딛지 못한 형국"이라고 비판했다.
김예령 대변인은 13일 구두논평을 통해 "심지어 대통령의 타이핑된 편지는 친필 사인도 없는 무미건조한 형식과 의례 그 이상도 아니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 편지가 논란이 일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북한군 피격으로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유족에게 전달된 문재인 대통령의 편지가 육필이 아닌 타이핑인 것과 관련해 "정상친서뿐 아니라 빌 게이츠, 그룹 유투의 보노 편지, 프란치스코 교황 구두메시지도 타이핑한 것이다. 타이핑이 왜 논란의 소지가 돼야 하는지 이해 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또 "대통령 서한은 (문 대통령이) 육필로 메모지에 써서 비서진이 받아서 전자서명을 받는다. 외국 정상에게 발신하는 친서도 마찬가지로 타이핑하고 전자서명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편 시민단체 사법시험준비생모임(이하 사준모)은 지난 6일 북한군에 의해 피격 사망한 공무원 A씨(47)의 유족들에게 악플을 단 네티즌들을 고소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