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뉴스1) 손연우 기자 = "추석에 고향에도 가지말라면서 이게 뭐냐. 확진자 한 명만 와도 수십 명이 걸리겠다. 차에서 바로살 수 있게 한다더니…"
오전 8시부터 울산시의 낙과배팔아주기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는 북구거주 40대 여성은 마스크를 쓰고도 휴대폰으로 입을 가리며 걱정하듯 말했다.
17일 오전 10시 시청 햇빛광장에서는 울산시와 울산·서생농협이 주관하고 서생과수농가가 주최한 '태풍 피해농가 낙과배 팔아주기 행사'가 열렸다.
당초 시는 '드라이브스루' 방식으로 오전 11시부터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당일날 갑자기 행사 시작은 오전 10시, 구매방식은 줄을 서는 것으로 변경했다.
이 때문에 시간 맞춰 온 시민들은 배를 구매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고, 미리 와서 기다린 구매자들 사이에서는 '거리두기 실종'과 행사 진행에 대한 불만으로 여기저기서 고성이 터졌다.
남구에서 온 40대 이 모씨는 "일찍 사서 가려고 9시에 도착했는데 관계자가 시간 맞춰오라고 차 진입을 막았다"며 "할 수 없이 인근에 주차를 하고 있다가 시간맞춰 걸어왔더니 이제는 배가 없다고 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일방적으로 시간을 변경한 것도 화가나고 드라이브스루로 판다고 했다가 갑자기 줄서라고 한 것도 화가 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중구 우정동 거주 장 모씨는 "대기자들 사이에서 처음에는 거리두기가 되는 듯 했는데 1인당 3박스 팔던 것을 갑자기 물량부족으로 1박스로 줄인다고 하니 사람들이 사이사이 끼어들면서 줄이 엉망이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농가피해 돕기도 좋지만 거리두기는 전혀 안되고 여기저기 불만만 가득하더라. 이러다 확진자 나오면 큰일아니냐"고 지적했다.
대기가 길어지자 시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관계자들과 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남구에서 온 60대 여성 김 모씨는 "주차하는데 1시간, 줄서서 1시간30분째 기다리고 있는데 조금 전에 배가 다 소진됐다고 말하더라"며 "공지한대로 진행해야지 주차는 주차대로 시간 걸리게 하고 줄은 줄대로 서서 이런식으로 하는 경우가 어딨냐"며 언성을 높였다.
함께있던 70대로 보이는 여성은 "드라이브스루는 안하고 사람들이 섞여 이렇게 엉망이니까 우리끼리 종이로 번호표 만들었다. 근데 이 난리에 이게 무슨 소용있겠냐"며 자신이 만든 번호표를 보여줬다.
행사관계자는 "처음 1000박스를 준비했고 1인당 3박스 구매제한을 뒀는데 너무빨리 소진돼 현재 남은 물량은 우리도 정확히 모른다. 현재 300박스 추가로 오고 있는데 구매자가 너무 몰려서 감당이 안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오전 11시께 행사관계자가 번호표를 나눠주는 모습은 보였지만 여러 갈래로 나뉜 줄로 이미 광장은 혼잡스러운데다 남은 물량이 거의 소진 돼 의미는 없어 보였다.
시 관계자는 "기존 공지대로 드라이브스루 방식으로 11시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행사시작 3시간 전부터 광장에 대기줄이 늘어져 있었다"며 "일찍부터 많은 인원들이 몰려 이들을 분산시키기 위해 시간을 앞당겼다"고 해명했다.
이어 "낙과라서 보존기간의 문제상 빨리 판매를 해야되는 사정도 있었지만 주최측의 준비가 미흡했던 부분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