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상휘 기자 = #서울 동작구에서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이모씨(33)는 최근 추석 연휴 기간 아이를 데리고 시댁에 꼭 가야 하는지 고민에 빠졌다. 자차로 이동한다지만 코로나19 전파 상황이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이동 자체가 꺼려지기 때문이다.
이씨는 "시댁에서 별 말이 없으니 큰형님 댁은 시골에 간다는데 저도 남편에게 가지 말자고는 할 순 없을 것 같아요"라고 말하며 한숨 지었다.
20일 앞으로 다가온 민족 대명절 추석을 앞두고 국민들이 고민에 빠졌다. 최근 코로나19가 재유행하면서 감염 위험이 한층 더 커졌기 때문이다.
정부도 추석 연휴기간 특별 방역대책을 마련해 최대한 전파를 막아보겠다는 계획이지만, 고향에 부모님을 둔 자녀와 며느리들 입장에서는 머나먼 이야기다.
아무래도 자녀와 며느리 입장에서는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물론,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를 먼저 말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안모씨(36)는 "올해는 아내와 상의한 뒤 부모님에게 연휴 기간 고향에 내려가지 못한다고 말씀은 드렸지만, 말씀을 드리기까지 마음먹기가 쉽지 않았다"며 "부모님께서도 뉴스를 보시고 내려오지 말라고는 하시는데 마음이 영 찜찜했다"고 말했다.
시골에 있는 부모들도 코로나19로 상황이 좋지 않으니 자녀들이 오지 않는다고 해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1년에 한두 번 보는 상황을 감안하면 마음으로는 섭섭한 감정이 생기는 것도 인지상정이다.
이 때문에 일부 국민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보다 강력한 지역간 이동제한 조치를 내려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추석 연휴기간 사회적 거리두기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더욱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개개인의 가정 문제뿐 아니라 사회적 측면에서도 추석 연휴기간 대규모 이동은 다시 한번 코로나19 재유행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자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거주하고 있는 대학생 진모씨(24)는 "부모님이 내려오라 말라 말하기 전에 내 자신이 코로나를 옮길까 두려움이 있다"며 "이동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주를 이를 수 있도록 정부가 한층 강력한 시그널을 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같은 목소리는 청와대 국민청원에까지 오르고 있다. 지난달 2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등장한 '이번 추석연휴 제발 없애주시길 부탁드립니다'라는 글에는 며느리로 추정되는 청원인의 하소연이 적혀있다.
이 글에서 청원인은 "며느리 된 입장에서 코로나 때문에 못 간다고 말 한마디 못하는 답답한 심정 아시냐"며 "나 혼자 감염되는건 상관없지만 아이는 다르다. 아직 어린아이인데 코로나에 걸리게 하고 싶지는 않다"고 호소했다.
'제발 추석연휴 지역간 이동 제한 해주세요'라는 글에서도 한 청원인은 "저 뿐 아니라 이나라 거의 모든 며느리들은 어머니, 아버지에게 이번 추석에는 못가겠습니다라고 말하지 못한다"며 "그러나 올해 명절은 제발 없어졌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적었다.
이에 정부도 직접 나서 이번 연휴에는 이동을 최대한 자제해달라고 권고하고 있다. 다만 이는 강제사안은 아니다. 기본권 중에서도 가장 큰 사안이라고 할 수 있는 개인의 이동제한을 강제할 수는 없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대신 방역당국은 추석연휴 기간 세부 방역지침을 마련, 이를 어길시 강력한 행정력을 동원한다는 계획이다.
방역당국은 우선 성묘 혹은 봉안시설 방문객 사전예약제를 운영하며 고속 시외버스도 창가 좌석을 우선 예매를 권고해, 거리두기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휴게소에도 테이블 가림판을 설치하고 인력을 동원해 최대한 사람간 거리두기를 지도한다는 방침이다.
노인요양시설과 요양병원 역시 최대한 방문을 자제하도록 하며 어떠한 경우에라도 대면 접촉은 이뤄지지 않게 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9일 브리핑을 통해 추석 명절이 다가오는 것과 관련해 "어르신이 있는 가족의 경우 연휴 기간 고향·친지를 방문하지 않는 것이 효도의 한 방안"이라고 당부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