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한유주 기자,강수련 기자,원태성 기자 = 7일 오전 7시. 태풍 '하이선'의 영향으로 아침부터 비가 많이 오는 가운데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입구는 출근하는 직원들과 환자, 보호자들 수십 명으로 북적댔다.
그러나 그 틈에서 전공의로 보이는 젊은 의사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주 1인 피켓(손팻말)시위를 했던 장소에도 전공의들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이날 오전 전공의들이 18일 차로 파업을 마치고 진료에 복귀한다는 관측이 있었지만 결국 무산됐다.
전날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는 단체행동을 잠시 유보하고, 이날 오전 7시부터 진료 현장에 복귀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의대생들이 만장일치로 의사국가국시를 거부하고, 전공의와 전임의 단체 내부에서도 반발이 심해지자 방향을 선회했다. 대전협 비대위는 내부 의견 수렴을 거쳐 진료복귀 여부를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
같은 시각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에도 복귀하는 젊은 의사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마스크를 꼭 동여매고 아침 일찍부터 진료를 받으러 온 고령의 환자들이 허리를 숙이며 문진표를 작성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계속해서 3~4명씩 밀려드는 환자들 때문에 직원들은 문진표를 작성했다는 확인 스티커를 내어주느라 바빴다.
의료진의 복귀 무산으로 이날도 서울 주요 병원들은 남은 의사 인력을 중증·긴급진료에 재배치하면서 버텨냈다.
특히 파업이후 외래 10~15%, 수술 40%가량을 줄인 서울성모병원은 이날 하루 외과교수들까지 수술과 외래진료 중단에 나섰다.
병원 측은 의료진과 협의해 응급·필수일정을 중심으로 미리 조정해 준비했다고 밝혔지만, 이날 외과진료를 받으러 온 A씨는 "병원에서 다른 날 진료를 받으라고 권유했는데 시간도 안 돼서 오늘 받게 됐다"며 "오늘 외과진료를 정상적으로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병원에서 만난 환자들은 의료진의 파업을 이해한다는 입장이 많았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진료복귀가 미뤄지는 상황에 대해서는 불편을 토로했다.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경과를 확인하러 왔다는 진모씨(36)는 전공의 파업 때문에 '갑질'을 당한 듯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진씨는 "병원에서 전공의 파업 때문에 초음파검사를 못 하니까 다른 병원에서 대신 찍어서 자료를 가져오라고 연락이 왔다"며 "자료가 없으면 진료를 10~11월까지 미뤄야 한대서 결국 진료비를 2배 더 주고 다른 병원에 다녀왔다"고 불편해했다.
그는 "3월에 진료를 예약해 연차까지 쓰고 왔는데 진료 보는 입장에서 짜증이 날 수밖에 없다"며 "왜 파업을 하는지 이해되고 정책에 문제가 있다는 점도 알겠지만 환자들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파업 전부터 이 병원에 입원 중이라는 70대 오모씨는 입원 내내 큰 불편은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파업 전과 비교해 빈 병동이 늘었다"며 "원래 있던 환자들은 나가는데 의사들 데모한다고 봐줄 사람이 없으니까 빈 병실이 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