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뉴스1) 임충식 기자 = 욕설과 폭력을 행사하는 주취자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전치 6주의 부상을 입게 한 소방관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부장판사 김성주)는 4일 상해 혐의로 기소된 소방관 A씨(34)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사와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A씨는 지난 2018년 9월19일 오후 8시께 전북 정읍시의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술에 취해 욕설과 주먹을 휘두르는 B씨(50)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약 6주간의 부상(발목 골절 등)을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당초 A씨를 벌금 1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하지만 법원은 서로의 주장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는 점을 감안, 직권으로 정식재판에 회부했다.
1심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다.
세간의 관심을 받았던 사건인 만큼, 법정에서는 검찰과 변호인의 치열한 법리공방을 펼쳤다.
검찰은 바디캠·인근 CCTV 영상을 통해 소방관의 언행 등 초등 대처에 문제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A씨가 당시 16초 동안 B씨를 눌렀다는 점을 감안할 때 과잉대응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A씨 변호인 측은 피고인의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맞섰다.
변호인은 피해자가 피고인과 행인 등을 상대로 시종일관 격한 욕설과 폭력을 행사한 점, 피고인의 행위와 피해자의 발목 골절 사이의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점을 무죄의 근거로 제시했다.
14시간 넘게 진행된 재판끝에 배심원은 “소방대원이 취객에 대해 공격해도 된다는 잘못된 선례를 남길 수 있다. 이 사건은 정당방위가 아니다”는 검찰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 또한 이 같은 배심원의 평결에 따라 A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벌금 200만원이 선고되자 검사는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A씨 또한 “정당방위였다”면서 항소했다. 하지만 A씨는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양형부당으로 항소이유를 바꿨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날 A씨에게 원심과 같은 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먼저 술에 취한 상태에서 먼저 욕설을 하고 주먹을 휘두른 점은 인정된다”면서도 “그러나 피고인은 경찰이 아닌 구급활동을 하기 위해 출동한 소방관이다. 피해자를 범죄인 취급하고 체포하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일이다”고 판시했다.
이어 “게다가 피고인은 지병이 있던 피해자가 여러 차례 119 출동을 요청한 점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 같은 위력을 행사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 사건 피해자인 B씨는 당뇨합병증을 앓고 있었으며, 병세가 악화돼 지난해 사망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공무원의 자격을 유지해야 맞는 것인지 재판부의 고민이 컸다”면서 “하지만 당심에 이르러 피고인이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원심과 같은 형을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현행법 상 공무원의 경우 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위반 사건 이외의 형사사건으로 기소돼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 당연 면직된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