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스1) 한산 기자 = 홀로 지내던 70대가 실종 6개월 만에 '따뜻한 매의 눈을 가진' 담당 공무원에게 발견됐다.
낮 최고기온이 32도를 웃돌았던 지난달 27일 오후 광주 서구 양동 행정복지센터 근처 한 골목. 침수 피해를 본 독거노인들에게 이불을 전달하기 위해 행정복지센터를 나서던 김옥희 실무관(47·여)의 눈에 겨울옷을 입고 야구모자를 눌러쓴 노인이 들어왔다.
순간 김 실무관은 차에서 내려 노인에게 다가가 "아버님! 양수원씨(가명·74) 아니시냐?"고 물었다. 아무런 반응이 없자 재차 "양수원씨 아니시냐?"고 묻자 노인은 고개만 겨우 위아래로 끄덕였다.
연락이 끊겨 지난 2월 중순 실종 처리된 양씨는 6개월 사이 부쩍 야위었고 기력이 떨어진 상태였다.
노숙생활을 했는지 검정 점퍼 곳곳에는 흙먼지가 묻어 있었다.
김 실무관은 양씨를 행정복지센터로 데려가 안정을 취하게 하면서 서부경찰서 실종팀에도 발견 사실을 알렸다.
경찰 등이 양씨에게 "그동안 어디에서 지내셨느냐"고 물었지만 양씨는 기억을 떠올리지 못했다.
이들은 '양씨가 건강부터 회복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양씨를 치료해 줄 의료기관을 물색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목을 잡았다.
병원들은 '어디서 지내왔는지 알 수 없는 양씨를 코로나19 검사 전에는 받기 어렵다'고 완곡히 거부했다.
모두가 난감해하던 때 누군가가 평소 알코올 중독자들을 치료하는 전남 나주의 한 병원을 떠올렸고 병원 측도 흔쾌히 양씨를 받아들였다.
양씨는 현재 건강을 회복 중이며, 입원 이튿날 받은 코로나19 검사에서도 '음성' 판정을 받았다.
김 실무관은 1일 "혼자 계시고 상황도 안 좋으셨던 분이라 계속 걱정되고 마음 아팠는데 지금이라도 발견해 다행"이라며 "할아버지가 전입했던 1월에 딱 한 번 봬서 오히려 기억에 남았고 항상 안타깝게 생각해 마음속에 두었던 대상자라 운전중 길거리에 서계시는 모습이 제 눈에 들어온것 같다"고 말했다.
서부서 관계자도 "양씨 휴대전화 신호가 넉 달 만에 포착돼 막 수색을 시작하던 때 김 실무관에게서 발견 소식을 전해들었다"며 "이후 병원 이송까지 김 실무관이 큰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