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상학 기자,김근욱 기자 = 최근 서울 구로구 한 아파트에서 엘리베이터(승강기) 또는 환기구를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된 것으로 추정되는 형태의 '아파트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하는 새로운 유형의 감염이 나오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감염경로가 등장하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산세가 기승을 부리자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의 목소리도 커진다.
◇전문가 "환기구 통한 감염 가능성 낮다"
대다수 전문가는 아파트 집단감염의 원인으로 승강기를 지목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27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엘리베이터 안에서 공기를 통한 감염 또는 물체를 통한 감염일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직 승강기에서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개념이 약한 것 같다"며 "아파트 단지 안에 있으니까 안전하다고 생각하는데, 승강기에서 바이러스가 굉장히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도 이날 통화에서 "환기구를 통해 감염됐으면 그 주변에서 감염이 돼야 했는데 고층에서도 발견된 것을 보면 아닌 것 같다"며 "엘리베이터 내 접촉 또는 환경오염을 생각하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기모란 대한예방의학회 메르스위원장도 "환기구를 통한 감염 가능성은 희박하다"면서도 "환기구를 통해 확산했다면 바이러스 전파의 새로운 환경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환기구를 통해 확산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사스가 유행할 때 홍콩에서 화장실 배기구를 통해 감염된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항상 가능성이 있다"며 "일반적으로 비말감염이 맞는데, 비말이 더 잘게 잘리면 에어로졸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거지까지 파고든 코로나19 "바이러스양·감염력↑"
전문가들은 카페나 식당을 넘어 아파트에서까지 코로나19 집단감염 사례가 발생한 것을 두고 기존보다 바이러스의 절대량이 달라졌다고 진단했다.
정 교수는 "이태원 집단감염 때부터 바이러스의 성질이 전파력이 높은 것으로 변형됐다"며 "7월 말, 8월 초 경각심이 풀어져 그사이 번진 바이러스가 사회 곳곳에 떠다니면서 바이러스의 절대량이 달라진 상황"이라고 봤다.
천 교수도 "감염력이 초반보다 10배도 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는 "집단감염이 60%가 넘는다는 건 가까이 있는 사람뿐 아니라 멀리 있는 사람도 감염될 수 있다는 말"이라며 "밝혀지지 않아서 그렇지 새로운 유행지도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리두기 3단계, 현실적으로 어려워…"2.5단계 만들어야"
대부분 전문가는 경제 상황을 고려해 거리두기를 3단계로 올리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 감염력이 강해진 점을 고려해 2단계와 3단계 사이의 2.5단계 방역수칙을 만들 필요성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정 교수는 "3단계 격상은 지자체별로 역학조사를 감당할 수 없는 환자가 발생할 때, 병실이 완전히 마비가 올 정도로 위험할 때까지 참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무턱대고 1단계, 2단계, 3단계로 하니까 무서워서 못 올린다"며 "예를 들어 (2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올릴 때) 중위험시설을 골라가면서 덜 위험한 건 열게 하고, 식당마다 인원을 제한, 정교하게 정책을 풀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천 교수는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경제 때문에 망설이고 있다"며 "2.5단계를 실행해 정부가 정확한 지침을 마련하고, 지키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카페와 식당은 배달의 형식으로 운영을, 미용실도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해야 한다.
기 위원장도 "현재 환자가 늘어나는 건 '광화문 집회'에서 거리두기를 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고, 빨리 격리조치를 해야 했는데 협조가 안 돼서 못한 것"이라며 "3단계로 격상한다고 해서 그분들이 검사를 더 잘 받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국에 퍼져 있는 바이러스 노출자들이 자가격리를 확실하게 하고, 감염경로 조사를 확실히 하는 게 우선"이라고 꼬집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