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뉴스1) 김아영 기자 = 여행용 가방에 아들을 가둬 숨지게 한 계모의 살인 고의성 여부를 두고 검찰과 변호인이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대전지법 천안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채대원)는 19일 살인과 아동복지법 위반(상습 아동학대), 특수상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41)에 대한 2번째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서도 A씨의 범행에 살인의도가 있었는지가 쟁점으로 부각됐다.
변호인은 "조서에 보면 피고인이 가방에서 뛴 높이가 10㎝라 돼있는데 3~4㎝다"라고 주장하며 살인의 고의성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정확한 높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피고의 친자녀들도 (엄마가) 가방 위에서 뛰었다고 진술했다"고 반박했다.
검찰 측은 지난달 열린 첫 재판에서 A씨의 살인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A씨의 친자녀를 증인으로 요청했으나 친자녀 나이를 고려해 변호인 측이 진술영상 녹화본을 본 후 의견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이번 재판에서도 살인혐의에 대한 양쪽의 의견이 정리되지 않아 재판부가 직접 진술영상을 보기로 결정했다.
검찰이 공개한 증거목록 중 새로운 증거도 드러났다.
A씨는 B군을 가방에 감금한 채로 30여분 동안 지인과 통화를 하기도 했다. 친부 역시 B군이 가족들의 물건들을 밖으로 버렸다고 생각해 학대하기도 했다. 이에 B군이 괴로워하는 모습이 엘리베이터 CCTV에 담겼다.
B군을 혼자 집에 남겨두고 가족여행을 다녀온 사실도 확인됐다.
검찰은 재판부에 B군의 친모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친모가 건강상의 이유로 출석하기 어려울 경우 이모가 출석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
다음 공판은 오는 31일 같은 법정에서 열린다.
재판이 끝난 후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공혜정 대표는 A씨에 대한 법정최고형을 요구한다며 이날 대전지법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공 대표는 "아동학대가 계속 발생하는 이유가 처벌이 약하기 때문"이라며 "의도적으로 살해하고자 하지 않는다면 이런 짓을 저지를 수 없다. 살인죄를 적용해 법정 최고형을 선고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지난 6월1일 오후 7시 25분께 천안의 한 아파트에서 의붓아들인 9살 B군이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여행용 가방에 3시간 동안 가둔 뒤 아이가 용변을 보자 더 작은 가방에 가뒀다.
A씨는 B군이 가방에 갇혀 "숨이 안 쉬어진다"고 호소했으나 가방 위에 올라가 수차례 뛰는 등 계속해서 학대했으며, B군의 울음소리와 움직임이 줄었지만 그대로 방치했다.
B군은 총 13시간 가량 가방에 갇혀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틀 뒤인 3일 오후 6시 30분께 저산소성 뇌손상 등으로 사망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