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뉴스1) 지정운 기자 = 물바다가 됐던 전남 구례군 구례읍 5일시장의 복구작업 사흘째인 11일 오전, 5일시장의 입구와 주요 시장거리에서는 수마의 흔적이 조금씩 씻겨 내려가고 있었다.
시장 진입로부터 두껍게 쌓였던 진흙탕이 물에 씻겨나갔고, 시장의 가게들도 물에 젖어 사용할 수 없게 된 물건들과 물에 떠밀려온 쓰레기들을 대부분 걷어낸 모습이다.
여기저기에서 15톤 대형 덤프트럭이 줄지어 대기하며 굴착기가 걷어올려주는 쓰레기 더미를 실어 나르고 있다.
상인들은 단수 중에도 어디선지 물을 끌어와 바닥을 물청소하느라 여념이 없다.
지역 건설업체인 광남건설도 현장에서 사용하던 급수차를 시장통에 들여보내 물이 필요한 상인들에게 무료로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통 안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쓰레기더미가 산을 이루고 진흙범벅이 된 생활도구와 아직 처리하지 못한 음식물이 뒤엉켜 악취를 풍기고 있다.
시장 주변의 단독 주택들과 좀 떨어진 양정마을 쪽의 사유시설들도 여전히 복구에는 한참 시간이 걸려보여 외부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곳에서 조광기물 그릇백화점을 운영하는 김연심씨(62·여)는 가족들과 흙탕물에 잠겼던 그릇과 생활도구를 하나씩 물에 씻으며 연신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냈다.
김씨는 "물에 잠긴 날은 장날이라 일찍 장사를 준비했는데, 잠깐 화장실을 다녀온 사이에 물이 허리에 찰 정도로 잠겨 몸만 겨우 빠져나왔다"며 위급했던 당시를 기억했다.
그는 "물이 빠진 뒤 가게에 와보고 울고 말았다"며 "그냥 있을 수도 없어 개인이 운영하는 급수차에 부탁해 청소용수를 공급받아 이제는 물에 잠긴 그릇은 4분의 1 정도는 씻어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처럼 힘든 가운데서도 희망을 봤다고 말한다. 그는 "어제(10일)는 자원봉사자들이 오셔서 도와주시고 힘을 주셔서 용기가 났다"며 "모두가 나이도 지긋하시고 농사를 짓는 분들이라는데, 여러번 봉사활동을 해보셨는지 일도 꼼꼼히 잘하시고 '힘내시라'고 희망을 주셨다"고 고마워했다.
김씨처럼 아직 복구가 미진한 곳은 가게 특성상 재고물품을 많이 확보해 판매하는 곳으로 그릇가게나 철물점, 생활잡화점, 건어물·수산물 중도매상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5일장에서 구례로(路) 건너편의 양정마을 쪽은 아직 복구와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물은 빠져나갔지만 비닐하우스는 찢겨 있고, 여기저기 물에 떠밀려온 쓰레기들도 아직 그대로다.
8일부터 계속 구례를 찾고 있다는 서동용 국회의원은 "시장은 어느 정도 진척이 있지만 시장 안의 단독주택이나 시장 건너편의 양정마을은 아직 복구의 엄두를 못내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그래도 빠른 시간에 복구를 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 관계기관 등에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며 "복구 시급한 곳에는 군인장병들이 투입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지난 10일에는 5일시장을 비롯해 구례지역에 공무원 800명과 소방 262명, 경찰 70명 등 1140명과 자원봉사 600여명 등 1800명이 복구에 구슬땀을 흘렸다.
또 정세균 국무총리도 이날 오후 5시45분쯤 5일시장을 찾아와 김순호 구례군수에게 피해상황을 보고 받고 시장을 돌며 상인들을 위로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