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심언기 기자 = "코로나는 언젠가 끝날 것이라는 희망이라도 보이지만 집값은 언제 잡힐지 희망이 없어요. 코로나 보다 더 무서운게 집값입니다."
사회 초년생 조모씨(29)는 정부가 최근 발표한 부동산 대책 이후 오히려 집값이 들썩인다며 체념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3년을 고시원에서 살다 지난해 월세집에 들어갔다는 조씨는 현 정부들어 오르기만 하는 집값에 도저히 내집마련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내놓은 6·17부동산 대책이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다. 특히 무주택 2040 세대는 규제를 비켜간 지역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풍선효과와 전세대란 조짐에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조씨는 "'사람이 먼저다'를 외치는 정부가 정작 사람에게 가장 기본인 집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며 "희망이 안 보이는 미래, 가장 기본적인 것도 해결 못하는 정부에 청년들이 분노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직장인 최모씨(31)는 "노영민 비서실장이 반포집을 안 판다고 하고 1시간 뒤에 1억원이 올랐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부동산 잡겠다면서 청와대가 어디가 오를지 콕 집어주는 모양새"라고 꼬집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2일 청와대 참모들의 솔선수범을 강조하며 2주택 이상 공직자들의 주택 처분을 재차 강력히 권고했다. 다주택자인 본인 역시 아파트를 팔겠다고 밝혔는데, 당초 서울 반포 아파트를 처분하는 것으로 알렸다가 청주 아파트를 팔겠다고 정정 공지하는 촌극을 연출했다.
차기 충북도지사 후보로 언급되는 노 실장이 청주 대신 반포 아파트를 남기자 부동산 업계에서는 '강남불패'를 스스로 입증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최씨는 "주변에서는 '청와대가 부동산 리딩방이다'라는 말까지 한다. 이렇게 우스꽝스러운 정부는 처음"이라며 "아무리 부동산 잡겠다고 해봐야 이걸 누가 믿겠나"라고 반문했다.
재건축 실거래 2년 의무로 전세 물량이 사라지면서 무주택자의 시름은 더 깊어지고 있다. 전세값이 급등하거나 반전세나 월세가 늘고 있어 실거주 수요자들의 부담이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 사당 반전세에 살고 있는 직장인 강모씨(38)는 계약기간 만료를 앞두고 전셋집을 구하고 있지만 귀해진 전세물량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맞벌이 아내의 출퇴근을 고려해 서울 사수가 목표지만 전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탈서울도 심각하게 고려 중이다.
강씨는 "전세는 줄어드는데 대출 막혀서 집 사기는 요원하고... 가점제 청약은 30~40대는 정말 꿈도 못 꾼다"며 "집 한채 마련하는 꿈이 너무 과한건가요? 부동산 대책 정말 어이가 없다"고 비판했다.
서울 광화문이 직장인 김모씨는 부동산 정보앱을 통해 전세 아파트를 직접 보려고 주인에게 전화했다가 '거기 적힌 가격에서 5000만원을 더 줄 거 아니면 집 보러 오지 말라'는 얘기를 듣고 "서러워서 눈물을 삼켰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모씨는 "청와대나 국토부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이 과연 이런 고통을 겪어봤는지 모르겠다"라고 비판했다.
부동산대책을 성토하는 성난 여론에 문재인 대통령이 추가 대책을 주문하고 여당이 공개 사과에 나섰지만 집값이 잡힐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 3일 성명을 통해 "투기를 조장하는 공급확대와 실효성 없는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으로는 집값을 잡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21번의 투기조장책을 남발해 온 홍남기 부총리, 김상조 정책실장, 김현미 장관에게서는 서민을 위한 근본적인 집값 대책이 나올 수 없다"며 "서민에게 막대한 고통을 안겨주는 현 상황에 대해 반성하기는커녕 책임회피로 일관하는 장관들부터 전면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