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뉴스1) 지정운 기자 = 평소 만나던 여성과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가 혼자 살아남은 40대가 사건이 발생한 후 3년이 지난 뒤 살인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0년을 판결받았다.
법원은 통화내역, 법의학자들의 감정 소견 등을 종합해 이 남성이 범행을 저질렀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지만 이 남성이 항소하면서 향후 재판에서 어떤 결론을 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광주지법 순천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송백현)는 지난 18일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44)에게 징역 20년과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2016년 11월29일 부산의 한 모텔에서 B씨(당시 38세)가 헤어지자고 말하자 폭행한 뒤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A씨는 B씨를 실신하게 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처럼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숨지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사건 발생 당시 함께 있던 A씨의 범행을 의심해 수사에 착수했으나 '함께 극단적 선택을 기도했는데 여성만 사망했다'는 A씨의 주장을 배척할 증거를 찾지 못했다.
A씨의 거주지 관할인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2018년 2월 부산지검으로부터 사건을 이송받아 지난해 9월 전면 재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당시 사건 관계자를 재수사하고 CCTV 화질 개선, 법의학 자문, 장씨의 SNS활동 분석 등을 통해 장씨를 검거, 지난해 말 살인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재판에서 A씨는 모텔 방 안에서 피해자를 폭행한 사실이 없다며, 피해자의 상해도 피해자가 수면유도제를 복용한 후 방 안에서 쓰러졌다거나 탁자나 테이블 나무 모서리에 부딪히면서 생겼을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또 피해자의 동의하에 극단적 선택을 기도하는 과정에서 자신만 살아남았다며 피해자를 죽이려 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재판부는 "A씨가 B씨에게 과도하게 집착하고 극단적이며 폭력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는 점 등이 전화통화 내용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며 "B씨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 등으로 인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B씨에게 극단적인 선택을 할 징후가 보이지 않고, B씨가 가족에게 일체의 연락을 남기지 않았다는 것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며 "A씨와 B씨가 같이 극단적인 선택을 계획한 흔적도 없는데다가 부산의 한 모텔 CCTV를 보면 A씨가 모텔에 들어가기 싫어하는 B씨의 몸을 강제로 끌고 가는 모습이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는 "B씨의 몸에서 다수의 상처가 보인다"며 "부검 소견을 보면 B씨의 몸에서는 의사의 처방 없이 살 수 있는 수면제의 성분이 검출된 점, 사인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판단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가 범행도구를 미리 준비한 뒤 범행을 저질러 일산화탄소를 흡입하게 하는 방법으로 피해자를 살해했고, 피해자의 사체에서 발견되는 상해의 흔적들을 보면 당시 피해자가 거의 저항하지 못할 정도로 폭행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같은 판결에 A씨 측은 재판에서 변호사 선임을 알리고 선고 연기를 요청했으나 재판부는 7월2일이 A씨의 구속만기임을 들어 선고절차를 마무리했고, A씨는 바로 항소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