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오현지 기자 = 제주에서 배고픈 까마귀가 숲 탐방객을 공격하는 사고가 발생해 탐방객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지난달 30일 제주도청 홈페이지 '신문고'에는 탐방객 부부가 조천읍 교래리 사려니숲에서 까마귀에 공격당해 부인이 머리를 다쳤다는 내용이 실렸다.
A씨는 "사려니숲 입구에서 갑자기 까마귀가 우리를 공격해 아내가 머리를 다쳤다"며 "아무리 동물 보호지만 사람을 공격하는 동물은 유해조수로 잡아야 하는데 그대로 두면 또 다른 사람을 공격하게 된다"고 썼다.
까마귀 공격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1일 제주시와 한국조류보호협회 제주도지회 등에 따르면 사려니숲에서는 2~3년전부터 지역 텃새인 큰부리까마귀들이 날아와 탐방객들을 위협하는 일들이 가끔씩 벌어지고 있다.
사실 이 까마귀들의 목적은 사람이 아니라 탐방객들이 맨 가방이다.
가방안에 들어있는 음식물을 노리고 가방을 낚아채려다가 탐방객들과 부딪히게 되고 결과적으로 공격처럼 비춰지는 것이다.
사려니숲길 탐방안내소 관계자는 "까마귀 2마리가 계속 숲길 근처를 배회하면서 탐방객 뒷통수를 쪼거나 위협한다"며 "까마귀 때문에 직접적으로 다치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워낙 크다보니 옆으로 다가오기만 해도 놀라서 뒷걸음질치는 탐방객들이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탐방객들을 공격하는 용의자 까마귀를 두마리로 추정했다.
둘 중 5~6살 정도되는 늙은 까마귀를 주범으로 보고 있다.
이 까마귀들은 탐방객들이 가방에서 음식을 꺼내 먹이로 던져주는 일을 반복해 겪은 학습효과로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큰부리까마귀는 3~6월 사이 산란하는 시기 주변 경계를 강화하는 습성이 있고 탐방객들의 먹이주기로 공격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제주시는 설명했다.
크기 57cm 정도에 잡식성인 큰부리까마귀는 자연에서 먹이를 찾지 못하면 사람이 버린 음식물쓰레기는 물론 쓰레기통을 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가에 피해를 주는 떼가마귀, 갈까마귀 등과는 달리 유해조수는 아니다.
시는 조류보호협회에 도움을 요청해 포획에 나섰지만 까마귀가 워낙 영리하고 눈치가 빨라 매번 허탕을 치고 있다.
까마귀는 사람과 사물을 구분할만큼 지능이 높고 기억력도 매우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창완 한국조류보호협회 제주도지회장은 "포획틀이나 그물총으로 포획을 시도하고 있으나 조금만 가까이가도 달아나고 덫 근처에도 오지 않아 포획하려면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다"고 전했다.
시는 까마귀를 포획하면 살처분하지 않고 조류보호협회에 맡겨 관리할 계획이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