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박근혜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돼 수감 중인 최서원씨(개명 전 최순실·64) 가 최근 낸 옥중 회고록과 관련해 이경재 변호사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잘못된 재판'을 주장하려면 최씨 같은 수준의 옥중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씨의 변호를 맡은 이경재 법무법인 동북아 변호사는 9일 서울 서초구 동북아 사무실에서 간담회를 열고 전날(8일) 발간한 최씨의 옥중 회고록 '나는 누구인가'와 관련해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이어 "최근 한 전 총리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확정판결을 받은 뒤 복역한 것을 두고 '잘못됐다'며 옥중에 있던 사람들이 서로 증언하는 언론보도를 본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 전 총리는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지난 2015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의 확정판결을 받고, 2017년 8월 만기 출소했다.
하지만 당시 한 전 총리에게 9억원을 건넨 것으로 알려진 고(故)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의 '옥중 비망록' 일부가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되면서 여권을 중심으로 '재조사'가 강하게 요구되고 있다.
이 변호사는 "한 전 총리가 유죄판결을 받은 것이 억울하다면, 변호사들이 재판의 잘못을 지적하려면 최씨 수준의 옥중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나는 누구인가'에는 잘잘못이 누구에게 있는지 다 나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 전 총리가) 그 정도 자신이 있어야 대법 판결을 뒤엎을 수 있는 공감대가 형성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옛날 재판을 바꾸는 정당성이나 논리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옥중 회고록 '나는 누구인가'를 쓴 이유에 대해서는 "최씨가 2016년 10월30일 독일에서 영국을 거쳐 입국한 뒤 재판을 받아야 하는데 변호인 접견시간이 거의 없었다"며 "그래서 제가 조사받으면서 느낀 것들을 형식에 구애받지 말라고 쓸 것을 권유했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특히 최씨에게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관여돼있어 기술하는 것이 어려워 (최씨에게) '쓰지 않는 것은 괜찮지만 절대로 허위나 거짓을 써선 안 된다'고 했다"며 "또 최씨라는 사람이 바르게 판단받을 수 있는 자료를 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씨가 낸 280쪽 분량의 책은 자신의 삶과 가족에 대한 이야기, 박 전 대통령과의 인연, 독일 생활, 검찰·특검 관련, 재판과 구치소 얘기 등 총 8장으로 구성됐다.
최씨는 자신의 소개란에 "20대 대학 시절에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나 인연을 맺었고 존경하는 마음을 갖게 돼 근거리에 있었다"며 "박 전 대통령과의 만남으로 정권마다 온갖 고초와 시련을 겪었다"고 적었다.
이 변호사는 "지난 금요일(5일)부터 대형서점에 배포됐고 전날 정식으로 발간했는데 순식간에 다 소진돼 2쇄를 찍고 있다"며 "그만큼 관심이 크다는 뜻인데 그간 기울어진 운동장의 수평이 제대로 맞춰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최서원씨는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최씨는 파기환송심에서 일부 강요 혐의는 무죄로 봐야 한다는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 기존보다 형량이 2년 줄어든 징역 18년을 선고받았다.
재판과 관련해 이 변호사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박 전 대통령을 탄핵하려는 법률돌격대였고 김명수 대법원의 판결도 한시적 성격의 사법판단을 했다"며 "촛불정국 시기에만 적용 가능한 근본적인 취약점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지난번에도 (이번 재판이) 증거재판주의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말했었다"며 "(11일) 판결 선고된 이후 역사의 법정이 열리고 그곳에서 진실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