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경희대학교병원 신경외과 고학철 교수는 14일 "의지와 상관없이 한쪽 얼굴이 실룩샐룩 움직이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며 "편측 안면경련을 호소하는 환자의 대부분은 안면이 실룩거리는 증상보다 이 때문에 대인관계가 힘들어 치료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40~50대부터 증상 발생
뇌에는 12종류의 뇌신경 중에서 제7번 뇌신경을 '안면신경'이라고 한다. 안면신경은 눈, 볼, 입 등 얼굴근육의 운동기능을 담당한다. 정상혈관이 안면신경을 눌러 신경이 압박되면서 의지와 상관없이 눈 떨림과 입주위에 경련이 발생하는데 이를 안면경련이라고 한다. 주로 얼굴의 한쪽에서 나타난다고 해서 '반측성 안면경련'으로 불리며, 오랫동안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을 경우 만성으로 진행된다.
안면경련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천천히 발생한다. 초기에는 눈 아래가 떨리고 눈이 저절로 강하게 감기는 증상이 나타난다. 아래 눈꺼풀에서 시작되어 위 눈꺼풀로 퍼지고 증상이 진행될수록 한쪽 안면신경의 지배를 받는 모든 얼굴 근육이 수축해 눈이 감기고 입이 한 쪽으로 올라가 씰룩거리며 일그러진다. 또한 시간이 지나면서 눈, 볼, 입, 턱, 목 주위 등 같은 쪽의 다른 얼굴 근육에까지 증상이 퍼지며 경련이 일어나는 횟수도 잦아지고 지속 시간도 길어진다. 이로 인해 증상을 방치하면 안면의 한쪽 근육과 반대편 근육이 비대칭으로 발달해 얼굴 모양도 비대칭으로 변할 수 있다.
■약물·보톡스 치료 일시적 효과
안면경련의 유병률은 인구 10만 명당 남성에서 7.4명, 여성에서 14.5명이며 주로 40~50대부터 증상이 나타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안면경련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50대가 2만3085명으로 가장 많았고 60대, 40대가 뒤를 이었다.
젊은 시절에는 괜찮다가 중년으로 넘어가면서 증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압박하는 혈관이 길어지고 두터워지기 때문이다. 또한 뇌의 위축으로 인해 신경과 혈관 사이의 해부학적 구조가 변경되고 지속적인 신경 자극으로 신경을 보호하고 있는 신경막이 손상되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약물치료는 완치가 되는 방법은 아니다. 그러나 스트레스나 정신적 불안감 등을 감소 시켜 발작 횟수를 줄일 수 있다. 보통 신경안정제, 혈관확장제, 항콜린 작용 약제, 국소마취제, 항경련제 등이 투여되지만 만족할만한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약간의 증상 완화 효과는 얻을 수 있으나 온몸의 기력 쇠퇴, 어지럼증, 졸음 등의 부작용이 있다. 또 대부분 일시적 효과를 보이다 다시 증상이 나타난다.
또 보톡스 주사요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 치료도 재발이 잦고 2~3개월마다 주기적으로 주사를 맞아야 한다. 반복될수록 효과가 점차 감소된다.
■미세혈관 신경감암술로 완치 가능
반측성 안면경련증은 수술로 완치될 수 있다. 근전도 및 MRI(자기공명영상) 검사를 통해 혈관이 안면신경을 압박하는 정도와 뇌혈관 상태 등을 확인 후 미세혈관 신경감압술(MVD) 여부를 결정한다.
안면신경의 혈관 압박을 풀어주는 미세혈관 감압술은 1970년대부터 안면경련 치료의 절대 표준(Golden Standard)으로 정립될 정도로 확실한 치료방법이다. 수술 방법은 귀 뒷부분에 약 7cm 정도 피부를 절개한 후 수술 현미경, 내시경을 이용해 안면신경을 압박하는 혈관을 확인하고 분리한 후 솜(Teflon)을 안면신경 뿌리 부위와 혈관 사이에 껴 넣어 다시 혈관이 안면신경을 자극하는 접촉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안면 신경이 충분히 감압되었음에도 신경이 압박되던 위치에 따라 일시적인 안면경련 재발이 나타날 수 있다.
최근엔 수술장비의 발달과 수술 중 감시장치의 사용으로 청력손상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한 수술이 가능하며, 수술 후 10년 내 재발률은 10% 미만으로 낮은 편이다.
고 교수는 "115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56명이 일시적인 안면경련 재발을 경험했지만 대부분 3개월 내에 점차적으로 해결됐다"며 "경험이 풍부한 의사에게 신경 감압을 받았다면 재발해도 크게 걱정할 필요 없다"고 설명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