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국내 면세점이 정부의 '깜깜이 정책'으로 고사(枯死) 위기에 내몰렸다는 경고가 나왔다. 정부 방침에 따라 '무기한 셧다운'(Shut down)에 들어갔지만 정작 월 임대료는 20%만 한시적으로 깎아주는 수준에 그치고 있어서다.
정부는 국제공항 운영을 중단하면서 소상공인·중소기업 면세점 월 임대료는 100% 감면했다. 하지만 대기업에 대해서는 20%만 내려줬다. 코로나19 사태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면세업계 전체가 '매출 0원'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했지만, 지원책은 차별적으로 제공된 셈이다.
특히 대기업 면세점은 계약·입찰 시기에 따라 월 임대료가 수십배 이상 차이가 벌어져 '형평성 논란'까지 가중됐다. 면세업계는 '월 임대료를 더 감면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지만 정부는 뚜렷한 대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부, 지방 국제공항 '셧다운'하고…임대료 감면은 고작 20%
8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6일 이후 인천국제공항을 제외한 전국 국제공항 입점 면세점과 상업시설은 '무기한 휴업'을 계속하고 있다.
코로나19가 펜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확산하자 정부는 3월 김포·김해·제주 등 지방 국제공항의 항공편 운행을 순차적으로 중단했다. 4월6일부터는 국토교통부 지침에 따라 국제선이 인천국제공항으로 일원화됐다. 사실상 지방 국제공항이 전면 '셧다운' 되면서 입점 면세점도 문을 닫은 셈이다.
문제는 임대료다. 정부 방침에 따라 면세점이 휴업했지만 매달 수십억원에 달하는 임대료는 꼬박꼬박 빠져나가고 있다. 정부는 공항에 입점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면세점에 대해서는 임대료를 전액 감면했지만, 대기업 면세점에는 '20% 한시적 감면'이라는 지원책만 내놨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매출이 0원인 상황에서 20% 감면도 고마운 일"이라면서도 "업계 전체가 매출을 내지 못하는 공통의 위기에 처했는데 기업 규모에 따라 지원책이 다른 것은 다소 아쉽다"고 토로했다.
같은 대기업 면세점이라도 공항 계약·입찰 시기에 따라 월 임대료를 다르게 내는 점도 논란거리다. 면세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3월 임대료로 총 65억원(김포 27억원·김해 38억원)을 한국공항공사에 납부했다. 반면 김포와 제주 국제공항에서 면세점을 운영 중인 신라면세점은 수천만원 상당의 시설관리 임대료만 내고 있다.
두 대기업 면세점의 임대료가 수십배씩 차이 나는 이유는 입찰 시기에 따라 임대료 계약 방식이 완전히 달라서다. 2016년 8월 입점한 롯데면세점은 '고정 임대료' 방식으로 공항공사와 계약을 맺었다. 2018년 들어온 신라면세점은 매출 증감 추이를 반영해 임대료를 내는 '매출 연동 임대료' 방식이 적용됐다. 매출이 0원으로 떨어져도 롯데는 매달 60억원씩 내야하지만, 신라는 수천만원만 내면 되는 이유다.
◇해외 '전액 감면' 하는데…"조금 더 깎아달라" 요구에도 묵묵부답
공항공사는 계약에 따른 정당한 임대료를 받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피해를 고려해 임대료 납부 방식을 바꿔주거나 최대 100% 감면해 주는 해외 공항에 비해 지원책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은 코로나19 사태 직후인 2월부터 면세점 및 상업시설 고정 임대료를 50% 감면하고 있다. 여객수가 크게 줄어든 2, 3 터미널의 일부 매장은 지난달 말까지 임대료를 100% 감면했다.
호주 브리즈번 공항은 지난 3월부터 입점 면세점의 임대료 납부방식을 기존 최소보장액 방식에서 매출 연동제로 변경했다. 뉴질랜드 웰링턴 공항은 4월 최소보장액을 전액 감면하는 등 고통 분담에 동참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 면세점들도 '임대료를 추가 감면 해달라'고 요구 중이지만 공항공사는 아직 묵묵부답을 일관하고 있다. 공항공사 관계자는 "소상공인, 중소기업 면세점은 임대료를 전액 감면했고, 대기업도 20% 감면하고 있다"며 "추가적인 감면은 정부의 정책이 나와야 하기 때문에 공사 차원에서 결정할 수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공항 임대료는 면세점 운영 비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위기가 해소될 때까지만이라도 비용 부담을 면할 수 있는 정책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