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이만희-文대통령 악수?" 코로나19와의 전쟁은 가짜뉴스와의 전쟁

하루가 멀다하고 퍼지는 코로나19 가짜뉴스
총선 앞두고 '文 공격' 가짜뉴스 줄이어
'10초 숨 참기', '15분마다 물 마시기', 근거없는 낭설
청와대·문체부·방심위·권익위 등 가짜뉴스에 적극 대응

2020.03.08 08:46  
[파이낸셜뉴스] #. 경기도 안성에 살고 있는 감성현(가명)씨는 최근 가짜뉴스 때문에 외출조차 하지 못했다. 지난 3일 충남 아산 둔포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가 경기도 안성으로 도주했다는 수배 전단이 SNS상에 나돌았다. 수배 전단에는 카자흐스탄 출신의 불법체류자가 지난 3일 코로나19 확진을 받았지만 둔포에서 안성으로 도주했다는 내용이 실려 있다. 그러나 다음날 안성시 보건소로부터 "'카자흐스탄 불법체류자 코로나 양성판정 후 도주' 내용으로 허위사실이 유포되고 있으나 이는 가짜 뉴스이니 안심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문자를 받았지만 찝찝함은 가시지 않았다.


감씨가 SNS에서 보게 된 내용의 진실은 무엇이었을까. 충남 아산 둔포에서는 8일 현재까지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또한 수배 전단에 있었던 카자흐스탄인도 경기도 안성시가 아니라 서울 강동구에 거주하고 있었고, 코로나19 확진자가 아니라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이었다. 검사 결과 양성 진단을 받지 않은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지역 경찰서에서 휴대폰 관련 위치 추적(명의자 경기도 안성 거주)을 의뢰 받은 건이 잘못 알려진 것이었다.


'코로나19 사태'에서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은 질병만이 아니다. 질병 보다 더 우리를 움츠려들게 하는 '가짜뉴스'와도 싸워야 한다.

8일 보건·행정당국 등에 따르면 하루가 멀다하고 코로나19와 관련된 가짜뉴스가 퍼지고 있다. 이에 관련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는 '코로나19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총선 앞두고 '文 공격' 가짜뉴스 줄이어

눈에 띄는 것은 청와대와 문재인 대통령과 관련된 가짜뉴스다.

최근에는 과거 사진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시절인 지난 2012년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과 만났다는 지라시가 퍼진다. 지난 2012년 10월 서울 용산구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제30회 대통령기 이북도민 체육대회’에 당시 문재인 대선후보가 참석한 사진을 인용하며, '문재인 대통령과 왼쪽에서 악수하는 사람이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이라는 이야기가 온라인상에서 돌고 있는 것이다. 야권에서도 2012년의 사진을 두고 논의하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고 있는 시민은 이만희 총회장과 분위기가 다소 비슷할 뿐, 나이대도 다르고 귀 모양 등 세부 생김새를 봤을 땐 다른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고 반박되고 있다.


'대통령 도시락'과 관련된 가짜뉴스도 인터넷을 떠들석하게 했다. '중국 유학생에게 지급된 대통령 도시락'이란 사진이 온라인에서 돌면서 논란이 일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9일 충남 아산과 충북 진천의 공무원 연수시설에서 격리 생활을 했던 중국 우한 교민들에게 도시락을 보냈는데, 이를 당시 시설에서 생활하던 한 교민이 사진으로 찍어 공개하며 온라인으로 퍼졌다. 그런데 이 사진이 '국내에 입국한 중국인 유학생에게 지급된 대통령 도시락'으로 둔갑해 이름이 붙어 유포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윤재관 청와대 부대변인은 "대통령 도시락이 아산·진천 시설 외에 지급된 사례는 없다. 명백한 가짜뉴스"라고 했다.



■10초 숨 참기? "근거없는 낭설"

온라인에서는 정체불명의 진단·예방비법(?)도 나온다. 가장 유명한 진단법(?)은 '10초 숨 참기'이다. 숨을 깊게 들이쉬는 방법으로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자가 진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숨을 깊게 들이쉬고 10초 이상 숨을 참으세요. 기침, 불편함이 없다면 폐에 섬유증이 없다는 뜻입니다.' 일본 의사 또는 대만 의사의 조언이라며 온라인상에서 확산한 자가진단법이다. 또한 '따뜻한 물을 15분 간격으로 마시면 몸에 있는 바이러스를 배출할 수 있어 코로나19를 예방 가능하다'는 내용도 있다.

이 같은 주장에 전문가들은 '근거없는 낭설'이라고 지적했다. 류정선 인하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폐의 기능적 측면을 가지고 병을 단정 짓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부 폐암 말기 환자는 10초 동안 참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며 “물을 마시는 것과 감염은 상관이 없다”고 꼬집었다.

코로나19에 걸리면 폐섬유화증이 동반된다는 주장도 온라인상에서 확산했다. 폐섬유화는 중증 폐렴 등으로 폐가 딱딱하게 굳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에 대해 엄중섭 부산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폐섬유화는 폐렴의 후유증으로, 중증으로 진행한 일부 환자에 한정된다"며 "코로나19에 걸리면 무조건 섬유화가 생긴다는 것은 확대해석이다. 코로나19 환자의 대다수는 경증환자라, 대부분 폐섬유화를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바로 검거" 정부·지자체도 적극 대응

이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코로나19와 관련된 가짜뉴스에 적극 대응하는 분위기다. 원주경찰서는 지난 7일 지역 업체의 대표를 신천지 신도라고 SNS 등에 올린 ‘가짜뉴스’ 유포자 2명을 검거했다. 피해 업체 대표들은 지난 2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수사 착수 닷새 만에 혐의자를 붙잡은 것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가짜뉴스와 마스크 사재기 등 코로나19와 관련된 공익신고가 접수되면 우선해서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코로나19 관련 가짜뉴스를 빠르게 바로 잡고자 통신심의소위원회를 주 1회에서 주 3회로 확대 개최하고 있다.
지난 5일에는 총 16건을 시정 요구해, 14건은 삭제되고 2건은 접속 차단시켰다.

정부 관계자는 "국민들의 불안심리를 타고 허위조작 정보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정부 당국과 전문가인 의사를 출처로 들어 그럴싸해 보이는 글과 사진, 영상으로 국민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허위조작 정보에 현혹되지 않기 위해서는 방역당국을 신뢰하고 정부의 공식적인 발표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당부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