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총선출마 법관 비판한 현직 부장판사 "법복을 벗자.."

"법복 정치인의 손을 빌려 이뤄질 개혁은 달갑지 않다"

2020.01.18 10:51  
서울 서초동 대법원 깃발.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서미선 기자 = 오는 4월 총선 출마를 위해 현직 판사 3명이 연이어 사표를 낸 것을 두고 현직 부장판사가 "남은 법관들에게까지 '법복 정치인' 혐의를 씌우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욱도 대전지법 홍성지원 부장판사(44·사법연수원 31기)는 전날(17일)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올린 '법복 정치인 비판'이란 제목의 글에서 "판사 퇴직과 동시에 기성정당 일원으로 직행하는 일을 자제해달라"며 이같이 썼다.

현재까지 이수진 수원지법 부장판사(52·30기)와 장동혁 광주지법 부장판사(51·33기), 전국법관대표회의 최기상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51·25기)가 정치권 영입 제안을 받고 법복을 벗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은 사표가 제출되면 정기인사에 맞춰 처리하는 관례와 달리 이들에 대해선 신속하게 사표를 수리해줬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폭로하고 지난해 2월 정기인사에서 법복을 벗은 이탄희 전 판사(42·34기)는 더불어민주당 입당을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선 이를 두고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에 부정적 영향을 끼쳐 사법 불신을 낳지 않겠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 부장판사는 "법관의 정치성은 가급적 억제돼야 하고 불가피하게 드러낼 때조차 지극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며 "이런 자제가 지켜지지 않을 경우 어떤 파국이 오는가를 우리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안에서 똑똑히 목격했다"고 밝혔다.

이어 "법관의 정치성은 발현된 곳이 음지이건 양지이건, 밝혀진 때가 현직이건 전직이건, 방향이 보수이건 진보이건 상관없이 언제나 악덕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총선 출마를 위해 사표를 낸 판사들을 겨냥해 "법복을 벗자 드러난 몸이 정치인인 이상 그 직전까지는 정치인이 아니었다고 아무리 주장한들 믿어줄 사람이 없다"며 "사법개혁을 바라는 입장이지만 법복 정치인의 손을 빌려 이뤄질 개혁은 달갑지 않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