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뉴스1) 강승남 기자 = 보수와 진보가 한 자리에서 '국민기본소득제'에 대해 논의했다. 국민기본소득제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도입 방식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였다.
제주연구원 주최, 사회안전망 4.0 포럼 주관의 '보수와 진보, 기본소득을 논하다' 정책토론회가 14일 오전 서울 한국사회복지협의회 6층 강당에서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보수와 진보가 함께 국민기본소득제에 대해 논의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김용하 순천향대학교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이날 '한국형 기본소득의 구상' 주제발표에서 "지난 20년간 우리나라의 사회보장제도는 크게 확대되고, 계층별로 새로운 제도가 시행됐지만 여전히 사회안전망 사각지대가 광범위하게 존재하고 있다"며 기본소득제 도입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러면서도 모든 국민에 월 30만원씩 지급하는 '완전 국민기본소득보장제' 도입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가장 큰 이유는 예산이다.
김 교수는 월 30만원 수준의 전국민 기본소득을 보장해주기 위해서는 180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이밖에도 '고복지에 따른 고부담'을 이해할 수 있는 공동체 의식이 아직 성숙되지 않은 것도 완전 기본소득보장제 도입이 어려운 이유로 꼽았다.
이에 따라 김 교수는 "국민기본소득보장제는 기존의 사회보장제도를 대체 또는 보완하는 형태로 설계해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며 "국민기본보장선은 현행 제도의 보상수준, 재원조달능력을 감안해 적정수준을 설정하되 국민경제력에 상응하게 조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원재 LAB2050 대표는 '소득의 미래와 국민기본소득제' 주제발표를 통해 "소득공제와 세액공제 같은 세금감면제도를 없애 세금 누진성을 높이는 것만으로도 2021년 월 30만원의 국민기본소득제를 도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2021년부터 전 국민(5182만2000명 추정) 모두에 월 30만원씩 지급하려면 187조원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재원 확보방안과 규모는 소득세제 비과세·감면제도 정비(명목세율 3%포인트 인하) 56조2000억원, 기본소득 과세 15조1000억원, 탈루 및 비과세 소득 적극 과세 11조6000억원, 일부 복지정책 폐지 및 축소 31조9000억원, 소득보전 성격의 비과세·감면 정비 18조3000억원이다.
또 기금 및 특별회계 정비 8조원, 지방재정 지출 조정 6조원, 융자사업을 이차보전으로 전환 15조원, 재정증가분의 일부 활용 9조원, 지방정부 세계잉여금 활용 16조원이다.
이 대표는 "한국 사회에서 소득 불평등이 커지면서 지위 경쟁과 갈등 심화, 가계소비 부진 등으로 이어져 사회 역동성이 떨어지고 있다"면서 "국민기본소득제 도입으로 직접적이고 단기적으로는 국민소득 선분배를 통한 사회활력 복원을, 간접적이고 장기적으로는 자유안정성 사회로의 이행이 기대된다"고 주장했다.
주제발표에 이어 사회안전망 4.0 포럼 대표를 맡고 있는 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장이 좌장을 맡아 토론이 진행됐다.
지정토론자로 김원식 건국대학교 국제비즈니스대학 경제학 교수,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석재은 한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가 참여해 기본소득에 대한 필요성과 실현가능성 등 보수와 진보 각자의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제주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사회안전망 4.0포럼을 구성해 ‘4차 산업혁명시대, 혁신과 사회안전망 구축’이라는 큰 주제를 놓고 보수와 진보가 함께 논의해 왔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