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국내 고래 전문가들이 제주에 모여 지난달 제주해상에서 발견된 대형 고래 사체를 부검한다.
10m 이상 대형고래 부검은 국내 처음이다.
3일 오전 세계자연기금(WWF)과 제주대학교 돌고래 연구팀 등 고래 관련 전문가들과 학생들이 대형고래 부검을 하려고 제주시 한림항에 모였다.
이 고래는 지난 22일 제주 한림 북서쪽 약 40㎞ 해상에서 죽은 채 떠있는 것을 어선 A호(78톤·여수선적)가 발견해 해경에 신고했다.
애초 밍크고래라는 의견이 있었지만 크기 등으로 볼 때 다른 종류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밍크고래와 달리 참고래는 보호대상이어서 가공이나 유통이 금지돼 있어 부검 후 박물관에서 교육 및 연구용으로 쓰인다.
이 고래는 암컷으로 길이가 최초 측정했던 15.5m보다 약 3m 줄어든 12.6m로 수정됐다. 무게는 약 12톤이다.
12m가 넘는 대형고래이긴 하지만 20m 이상까지 자라는 참고래치고는 작은 어린 새끼로 추정된다.
연구진은 이날 질병, 기생충, 해양쓰레기, 먹이, 잔류유기오염물질 등 분야별로 나눠 장기를 적출하고 분석할 예정이다.
사체 크기가 워낙 커서 이날 부검에 참여한 사람만 30여명에 달한다.
부검 과정에서 때어낸 살점과 지방 등은 폐기물 업체를 통해 육지로 보내 처리하고 뼈는 박물관에 보존할 계획이다.
부검을 통해 고래의 사인을 비롯해 아직까지도 완전히 드러나지 않은 고래 생태를 연구할 계획이다.
국내에서 가장 최근 잡힌 참고래는 2016년 9월 포항에서 혼획된 길이 11.65m의 개체였다. 이때는 참고래가 보호종으로 지정되기 전이어서 연구용 부검을 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참고래의 경우 이동 경로는 어미가 출산 후 새끼와 함께 안정적으로 먹이를 공급받을 수 있는 남방 해상으로 왔을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다.
새끼 고래는 일정기간 어미의 보호를 받는다. 해당 고래가 어떤 이유로 어미를 잃고 혼자 다니다 변을 당했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이 고래는 발견 당시 이미 죽은 지 열흘 정도 지난 상태여서 사체가 얼마나 잘 보존돼있는지가 부검 성공의 관건이다.
고래는 그동안 한림항 한 부둣가에 천막을 설치하고 얼음을 쏟아부어 보관돼왔다.
이영란 세계자연기금 해양보전팀장은 "10m 이상 대형고래 부검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일반적으로 고래는 질병과 기생충 감염 등으로 사망하지만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인해 굶어 죽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