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헌일 기자 = "여자친구 있니?"
"대학생이 련애할 틈이 어딨습니까? 짝사랑하는 녀자는 있습니다"
"북한 학생들도 시험을 보니?"
"가장 중요한 시험은 학년말 시험이에요. 여기서 락제를 하면 다음학년으로 올라가지 못 할 수도 있습니다"
"북한에도 미세먼지가 있니?"
"그럼요. 남쪽과 마찬가지로 미세먼지가 점점 악화돼 큰일이에요"
서울특별시청 지하 시민청에는 이렇게 가상의 인공지능(AI) 캐릭터와 '북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부스가 있다.
20일 시민청 서울책방 옆에 설치된 '평양친구 체험부스'를 찾았다. 서울시와 통일부, 민간기업 솔트룩스와 HS Ad가 함께 진행하는 프로젝트다.
이 부스에서는 평양친구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평양 관광안내원 리소원, 평양 김책공대생 림한길, 평양 소학교 5학년 김평린이라는 캐릭터들과 북한의 이모저모에 대해 대화할 수 있다.
모니터 앞에 설치된 마이크를 통해 육성으로 질문하면 캐릭터가 북한 특유의 억양으로 대답하면서 그 내용을 모니터에 띄워주는 식이다.
학교 생활, 여자친구, 미세먼지 등 생활 속 다양한 주제를 두고 각 캐릭터에게 질문을 건넸더니 맥락에 맞는, 때로는 위트를 섞은 답변이 돌아왔다.
북한에서 제일 인기있는 여행지로는 '구월산의 가을단풍'을 추천했다. 부스를 찾은 한 시민이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몸무게에 대해 묻자 "너무 민감한 질문이에요. 깊은 이야기는 더 친해지면 나눠요"라고 대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다만 몇몇 질문을 이해하지 못해 "미안합니다. 그건 잘 몰라요"라고 대답했다. 또 한 시민이 "북한에도 도시락이 있니"라고 물었더니 '도시락'을 '떡볶이'로 잘못 알아듣고 "북한에는 떡볶이가 없어요. 남쪽 음식인 것 같아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아직 완성된 프로그램이 아니고 AI가 사용자와 대화를 하며 학습을 해 나가는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방문객들은 각 캐릭터와 함께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해 기념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사진을 찍은 뒤 모니터에 나오는 QR코드를 스캔하면 그 사진을 스마트폰에 내려받는 식이다.
이 프로젝트는 3·1운동 및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맞아 남북 평화통일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한다는 취지로 서울시·통일부가 민간과 함께 추진했다. 내년 1월 말까지 시민청에서 만날 수 있다.
소프트웨어기업 솔트룩스는 앱 개발을, LG그룹 광고대행사인 HS ad는 홍보를 맡았다. AI는 통일부의 통일백서, 북한정보포털, 통일북스 등의 정보와 민간의 각종 북한 관련 정보를 바탕으로 언어·교육·문화생활 등 1000여개 카테고리로 구분된 데이터를 학습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부스 개관 이후 시민들이 평일에는 30~40명, 주말에는 120명 정도 방문하고 있다"며 더 많은 시민들이 찾아주기를 기대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