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병진 기자 = ㅍㄹㅁㅇ ㅍㄹㄴ·ㅎㅎㅅㅎㅂㅎ·ㄷㄴㅇㅂ·ㅁㄲㄹㅂㅈ·ㅅㅊㅅㅌㄱ….
이 알쏭달쏭한 말들은 무엇일까. 정답은 지난 19일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실검) 상위권에 오른 키워드 광고에 출제된 초성 퀴즈들이다. ㅍㄹㅁㅇ ㅍㄹㄴ과 ㅎㅎㅅㅎㅂㅎ, ㄷㄴㅇㅂ·ㅁㄲㄹㅂㅈ는 같은날 네이버 급상승 검색어 2위를 기록한 '덮는 보일러 바디럽' 관련 키워드로 각각 프리미엄 플란넬, 한화손해보험, 딥네이비, 미끄럼방지를 의미한다. '안다르 국민기모레깅스'도 급상승 검색어 1위에 올랐다. 'ㅅㅊㅅㅌㄱ'의 뜻은 선착순특가다.
21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급상승 검색어 대부분이 키워드 광고로 채워지면서 이용자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과거 실검으로 이슈를 파악하곤 했다는 회사원 A(27)씨는 "요즘엔 하도 광고가 많아서 실검을 보지 않는다"며 "예전에는 눌러보면 이슈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됐지만 지금은 전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통신위원회 소속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9월1일부터 19일까지 매일 오후 3시 기준 네이버 실검 키워드를 분석한 결과, 실검 1위 19개 중 15개(78.9%)가 기업의 상품 홍보를 위한 초성퀴즈 이벤트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분석 대상이 된 전체 380개의 키워드 중 96개(25.3%)는 기업 광고였다. 포털 실검에서 기업 광고가 4개 중 1개 비율로 뒤섞여 있는 셈이다.
포털 실검은 지금까지 여론을 가늠하는 바로미터 역할을 해왔다. 지난해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성인 남녀 102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9.5%가 포털 뉴스서비스 이용 시 실검을 확인하고 검색을 한다고 밝혔다. 20대의 경우 77.3%가 실검이 뉴스 소비에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다.
지난달 14일 법무부 장관직에서 물러난 조국 전 장관을 두고는 지지층과 반대층이 '조국힘내세요', '조국사퇴하세요' 등의 검색어를 실검 순위에 올리는 '실검 전쟁'을 벌이기도 했다. 그만큼 국민이 체감하는 실검의 영향력이 크다는 방증이다.
네이버 측은 키워드 광고가 급상승 검색어를 점령하는 상황을 인지하고 있으나 별도의 조치를 취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네이버는 급상승 검색어가 Δ개인정보 Δ명예훼손 Δ성인·음란성 Δ불법·범죄·반사회성 Δ서비스품질 저해 Δ법령에 의거하여 행정·사법기관의 요청이 있는 경우 Δ검색어가 상업적 혹은 의도적으로 악용되는 경우에만 노출을 제외하도록 하고 있다. 키워드 광고를 접한 이용자가 초성퀴즈의 답을 찾기 위해 자발적으로 검색어를 입력하는 것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다.
이는 경쟁사이트인 다음과는 대조적인 조치다. 네이버의 급상승 검색어와 유사한 다음의 '실시간 이슈 검색어'는 상대적으로 광고가 덜 노출된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여민수 카카오 대표는 "상업적 키워드는 실검 자체의 근본적인 취지와 목적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어뷰징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알고리즘적으로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으로 네이버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이용자마다 자신의 관심에 따라 급상승 검색어 구성을 달리해서 볼 수 있도록 개편하겠다는 방침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 같은 상황은 급상승 검색어에 대한 과도한 주목도가 큰 원인이라 생각한다. 모두에게 하나의 기준으로 집계된 키워드 순위를 제공하다 보니 집중도가 커졌다"며 "예를 들어 최근 많이 눈에 띄는 이벤트·할인정보의 경우 누군가에게는 생활 정보이지만 다른 사람에겐 불필요한 정보일 수 있다. 이벤트·할인정보에 관심이 많은 이용자는 더 많이 볼 수 있어야 하고, 관심 없는 이용자는 덜 보이게 선택할 수 있는 기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일차적으로 연내 급상승 검색어에서 이벤트·할인정보 키워드 포함 강도를 조절할 수 있는 옵션과 단일 이슈에 대한 분산되는 유사 키워드를 이슈별로 묶어서 볼 수 있는 그루핑 옵션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어 이용자마다 시사, 엔터, 스포츠, 쇼핑 등 관심이 있는 분야의 검색어 포함 강도를 조절할 수 있도록 옵션을 추가해 나갈 계획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앞으로 바뀔 급상승 검색어는 이용자의 선택권을 강화해 이용자마다 자신의 관심 분야에 따라 다르게 조합하게 볼 수 있게 된다"며 "이렇게 되면 사용자마다 다양한 옵션 선택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나만의 급상승 검색어 차트'를 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