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야구 두산베어스의 열혈 팬 조모(30)씨는 얼마 전 한국시리즈 예매를 시도했다가 좌석표도 구경하지 못하고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예매 사이트의 서버가 완전히 마비됐기 때문이죠. 다섯명의 친구들이 예매를 도왔지만 한 장의 표도 구하지 못했습니다. 울며 겨자먹기로 SNS와 중고거래 사이트를 뒤졌지만 정가에 양도하는 표는 좀처럼 보기 힘들었습니다. 최소 2만원의 프리미엄(웃돈)이 붙은 '플미표'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조씨는 결국 모처럼의 야구장 나들이를 포기했습니다.
■ 5만원짜리 표가 10만원에.. 웃돈 얹은 티켓으로 '용돈벌이'
"한국시리즈 표 양도합니다. XX구역 연석, 가격 제시해주세요" SNS나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한국시리즈 표'를 검색해보면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패턴입니다. 이 표를 원가로 양도한다면? 양반입니다. 최소 1~2만원선의 웃돈에서 많게는 원가의 2~3배 이상으로 가격이 뛰기도 합니다. 한 티켓 거래사이트에서 '정가 이하'의 조건을 걸고 한국시리즈 6·7차전 표를 검색해보니 총 250여장의 거래 중 단 '한 건'만이 나올 뿐이었습니다.
한국시리즈 티켓을 단독 판매한 인터파크는 예매 페이지를 통해 '입장권의 전매와 재판매의 의도로 예매를 하는 하는 행위 등을 금지한다'는 공지를 내걸었지만, 사실상 이를 지키는 사람들은 거의 없습니다. 티켓을 원하는 사람은 많지만 표를 가진 사람은 적으니 자연스레 거래가 성립되고 부르는게 값이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희소성을 가진 한국시리즈 표가 용돈벌이로 쏠쏠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전문 암표꾼들 뿐만 아니라 티켓팅에 일가견이 있다는 일반 직장인, 학생들까지 예매 전쟁에 가세했습니다. 이들 중 일부는 매크로 프로그램 등을 이용해 표를 선점한 뒤 온라인을 통해 이를 되팔고 있습니다.
판매 방법도 날이 갈수록 진화합니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이나 텔레그램 등을 통해 티켓이 거래됩니다. 개인정보 노출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서죠. 모바일티켓의 경우 입장의 편의를 위해 타인에게 티켓 '선물하기'가 가능하다는 점을 거래에 이용하기도 합니다. 입금을 받은 판매자는 핀번호(일련번호)를 전송하고, 구매자가 이를 티켓 앱에 입력하면 전달이 완료됩니다. 티켓을 실제로 선물 한 것인지, 아니면 웃돈을 받고 판매를 한 것인지는 판매처가 절대 알 수 없습니다.
두산팬 조씨는 "요즘은 플미표가 당연시된 것 같다. 사람들의 '간절함'을 악용해 돈을 버는 사람들이 정말 얄밉더라"면서 "대책을 만들기 어렵다는건 알고 있지만,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이 뭐라도 나왔으면 좋겠다"고 호소했습니다.
■ 대책 마련에도 '무용지물'.. 공연계도 암표에 골머리
온라인 암표와 오랜 싸움을 해온 티켓 예매 사이트는 이를 막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왔지만 크게 효과적이진 못했습니다. 매크로 프로그램 이용을 차단하기 위해 보안문자 등을 도입해도 이를 뚫을 수 있는 새로운 프로그램이 금세 등장하곤 합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번 포스트시즌부터 '암표 근절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신고 페이지를 운영해 불법 거래되는 표를 강제 취소하는 등의 조치도 취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온라인 암표는 여전히 넘쳐납니다.
지난 2017년에는 공정한 티켓 거래를 위해 'KBO 리세일(RESALE)' 앱을 출시했지만 실제로 이를 이용하는 팬들은 거의 없습니다. 티켓 거래사이트에는 한국시리즈 3~7차전을 통틀어 400건에 가까운 거래가 올라온 것에 반해 리세일 앱에 올라온 것은 단 두 건에 불과했습니다.
암표에 골머리를 앓는 것은 비단 한국시리즈 뿐만이 아닙니다. 유명 아이돌이나 가수의 콘서트, 뮤지컬 공연 등에서도 같은 소동이 반복됩니다. 인기 트로트가수 송가인의 콘서트 암표 거래가 성행하자 제작사 측은 "불법 거래 자제를 바란다"는 공지를 하기도 했습니다.
■ 처벌 근거 없는 온라인 암표.. 법제화 어디까지 왔나
날이 갈수록 다양한 종류와 방법의 암표가 기승을 부리지만, 이를 근절할 방법은 현실적으로 마땅치 않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온라인 암표'의 처벌 근거가 없다는 것입니다. 현행 경범죄처벌법은 경기장, 공연장 등 현장에서 웃돈을 받고 티켓을 되파는 경우만을 처벌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관련 법안을 마련해달라는 요구는 이전부터 계속돼 왔습니다. 전문가들도 온라인 티켓 거래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국회에서도 관련 법이 십수차례 발의됐으나 폐기되거나 몇년째 계류되며 번번이 무산됐습니다.
의원들은 관련 조항이나 처벌 내용을 더욱 구체화한 법안을 꾸준히 내놓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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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set@fnnews.com 이혜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