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저씨 더 악화되지 말고 건강하게 살다 갈 수 있도록 내가 애써야지"
서울시 용산구에 사는 77세 이이순 할머니는 치매를 앓고 있는 85세 남편을 돌보고 있다.
남편은 5년 전 치매 진단을 받았다. 다행인 점은 이 할머니가 남편의 증상을 조기에 알아챘다는 것이다.
당시 남편은 30분 전에 마친 식사를 기억하지 못했고 사소한 일에 고집부리는 일이 잦았다.
이 할머니는 남편과 함께 주민센터에 방문해 연계된 병원을 소개받았다. 덕분에 남편은 비교적 빠른 시기에 치료받을 수 있었다.
물론 치매는 치료를 받는다고 해서 나아지지 않는다. 다만 상담과 약물치료를 통해 증상을 완화하고 병의 발전을 더디게 할 뿐이다.
이 할머니의 남편도 5년 동안 치매가 조금씩 악화됐다. 난폭한 행동을 하거나 대소변을 가리는 못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래도 이 할머니는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아 다행이라며 위안 삼았다.
그는 "정신이 온전치 않아 괴팍한 행동을 하는 남편을 볼 때면 마음이 아프다"며 "환자도 힘들고 나도 지치지만 어쩌겠나. 가족인 내가 돌봐야지"라고 말했다.
이어 "남편에 대한 불안과 스트레스로 잠을 못 잘 때가 많다"며 "이러다 나까지 아프면 누가 남편을 돌보나. 내가 더 잘해서 우리 아저씨 하루라도 더 건강하게 살다가 보내야지"라고 토로했다.
이 할머니는 자녀들을 모두 독립시키고 남편과 둘이 살고 있다. 자식과 함께 남편을 돌보는 게 어떻냐고 묻자, 자식들 고생시키기 싫다며 최근 자신과 남편에 대한 연명치료 거부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 급속도로 증가하는 치매 인구…건강을 위협 받는 노인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2018년 국내 65세 이상 노인인구 중 치매환자는 약 75만명에 달한다. 65세 이상 노인의 10명 중 1명, 85세 이상 노인 2명 중 1명이 치매환자로 추정된다. 치매환자는 12분에 1명씩 발생하고 약 5년 뒤인 2025년에는 1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치매환자가 급속도로 증가하다 보니 사회적 부담도 만만치 않다. 치매관리에는 연간 약 14조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치매로 실종되거나 가족에게 버려지는 인구도 늘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약 7059명의 치매환자가 실종됐다.
지난 4월에는 10년간 치매에 걸린 아내를 돌본 80대 남편이 "지치고 힘들었다"며 아내를 살해한 뒤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려는 사건도 일어났다.
치매는 노인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자 삶을 위협하는 재난이다.
가사도우미를 두고 혼자 살고 있다는 87세 강인식 할아버지는 "집에 혼자 있으면 대화할 사람도 없고 치매에 걸릴까봐 억지로라도 밖에 나간다"며 "자식들은 시설 좋은 요양원에 보내주겠다고 하지만 요양원은 사회에서 격리되는 것 같아 두렵다"고 털어놨다.
그는 "언제 세상을 떠나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다. 죽을 때까지 자식들에게 피해 주고 싶지 않다"며 "어떻게든 치매를 극복하기 위해 치매안심센터에 다니며 예방에 힘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 할아버지처럼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 치매안심센터에 방문하는 노인이 늘고 있다. 치매안심센터에서는 무료로 치매검사를 하고, 검사에서 기준치보다 점수가 낮을 경우 연계된 병원을 소개 받을 수 있다. 또 미술·음악·운동치료 등 치매 예방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용산구 치매안심센터에 약 7년째 다니고 있다는 97세 김양순 할머니는 "일주일에 4번씩 센터에 와서 체조도 하고 퍼즐을 맞춘다"며 "가만히 있으면 건망증만 심해진다.
용산구 치매안심센터에 관계자에 따르면 한 달에 약 400명 정도의 노인이 이곳을 방문하고 있다.
관계자는 "조금씩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어르신이 치매의 부정적인 인식 탓에 센터에 오기 꺼려한다"며 "중요한 건 예방이고 치료인 만큼 거리낌 없이 센터에 방문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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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