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렉서스 보따리 싸나? 불매운동 속 브레이크 리콜 '쉬쉬'

아직 국토교통부에 리콜 계획서 제출하지 않은 상태

2019.07.30 15:03  
ES300h © News1


인천시 구월문화로 상인회가 23일 오후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의 한 거리에서 일본 경제보복을 규탄하며 일본차량인 렉서스를 부수고 있다. 2019.7.23/뉴스1 © News1 정진욱 기자

(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 = 일본 제품 불매 운동으로 판매 급감이 예고된 렉서스가 주력 차량의 브레이크 결함으로 리콜이라는 겹악재를 떠안게 됐다. 이번 리콜 명단에 포함된 ES300 하이브리드(이하 ES300h)는 렉서스 국내 판매량에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차종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렉서스코리아는 최근 ES300h 모델 차주를 대상으로 브레이크 부품 결함에 따른 리콜 안내를 조용히 진행하고 있다.

리콜은 본사와 생산기지가 있는 일본에서 먼저 시작됐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일본 토요타자동차그룹은 토요타 프리우스와 RAV4, 캠리, 렉서스 UX250h, ES300h, LS500 등 13개 차종, 2만2431대에 대한 리콜을 국토교통성에 신고했다. 4~6월 생산 된 일부 차량이 대상이다.

발견된 결함은 전자 제어식 유압 브레이크의 '브레이크 부스터 펌프' 불량이다. 주행 중 이 펌프가 작동하지 않을 경우, 제동 시 정지거리가 늘어나면서 대형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렉서스는 국토교통부에 리콜 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은 상태다. ES300h 외에 토요타 캠리, RAV4 등 한국에서 꾸준히 팔리는 다른 차종이 리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 한국토요타 관계자는 "국토부에 리콜 계획서를 준비 중"이라며 "추가 리콜 대상 차종에 대해서는 확인 중에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판매된 동일한 모델이 해외에서 리콜 대상으로 이름을 올리게 되면 제조·수입사는 국토부 산하 한국교통안전공단에 14일 내로 보고하게 돼 있다. 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아직 정식으로 리콜 계획이 보고된 것은 아니지만 렉서스 측에서 일본에서 발생한 리콜을 인지하고 이에 관련해 비공식적으로 국토부에 연락을 해 왔다"고 말했다.

주력 판매 차종인 ES300h에서 차량 안전성의 핵심인 브레이크 결함이 발생했다는 것은 렉서스에 있어 치명적이다.

중형 세단 ES300h는 올 상반기(1~6월) 4915대가 팔리며 렉서스 전체 판매량(8372대)의 절반 이상을 책임진 핵심 차종이다. 하이브리드차 인기 바람을 탄 ES300h 덕분에 렉서스의 올 상반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3.4% 증가했다. 결함이 일정 시기에 생산된 일부 차종에 한정된다 하더라도 이미지 타격은 피할 수 없다.

여기에 렉서스는 이미 일본의 반도체 소재 규제로 촉발된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 한국 시장에서 위기에 처한 상태다. 고가 브랜드로 한국에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렉서스에 대한 반감은 일본 자동차 브랜드 중에서도 유독 심하다. 최근 인천에선 렉서스를 쇠파이프로 부수는 퍼포먼스가 벌어졌고, 차량에 대한 크고 작은 테러와 주유 거부 등도 잇따르고 있다.


아직 판매량 통계가 집계되지 않았지만 이를 미리 예측해 볼 수 있는 유효 견적 수에서도 렉서스가 입을 충격이 감지되고 있다. 모바일 자동차 플랫폼 겟차에 따르면 이달 1~15일 렉서스의 유효 견적수는 전달(15~30일)에 비해 64% 줄어, 일본차 평균(41%) 보다도 높은 감소율을 나타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차 브랜드들이 출시 행사는 물론 홈페이지,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까지 중단하며, 반일 감정 속 최대한 눈에 띄지 않으려고 홍보·마케팅을 자제하고 있다"며 "리콜 이슈는 부정적인 뉴스라는 데서 불매 운동을 심화시키지 않을까 렉서스의 걱정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